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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테마로 성공한 완주·진안 두 축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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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완주 와일드 푸드 축제에서 화산면 우월리 주민들이 마련한 ‘삼굿체험’. 감자를 땅속에 묻은 뒤 주변에 장작불을 피워 그 증기로 익혀 먹는다. [사진 완주군]

14일 와일드 푸드 축제가 열리던 전북 완주군 고산면 휴양림 입구. 행사장 가운데에 마련된 ‘쑥인절미’ 부스에는 운주면 완창마을 주민 20여 명이 나와 있었다. 나이 60~70대가 주축을 이룬 주민들은 옛날 시루를 가져와 찰밥을 지은 뒤 절구통에 넣어 찧고, 떡메를 쳐 보였다. 재미있고 향수를 자극해 많은 관광객이 몰리면서 준비한 인절미 재료가 오후 3시쯤 동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완창마을 부녀회장 박효순(62)씨는 “마을 전체가 나서서 봄부터 쑥을 캐고, 콩고물을 만드는 등 준비를 했다”며 “주민 단합에 도움이 되고, 축제를 진행하는 것 자체를 너무들 재미있어 한다”고 말했다. 

 지방축제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가수 공연 등 선심성 이벤트들은 쇠락하고, 지역주민들이 진행하는 생활밀착형 풀뿌리 축제가 뜨고 있다. 프로그램을 주민들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하고, 진행까지 해 ‘지역 주민의, 주민에 의한, 주민을 위한 축제’라는 평가를 받는다.

완주군 봉동읍 둔산리 주민들이 마련한 ‘밀떡구이’. 밀가루 반죽을 대나무 꼬챙이에 감은 뒤 모닥불에 구워 먹는 체험이다. [연합뉴스]

 12일부터 사흘간 열린 완주 와일드 푸드 축제가 풀뿌리 축제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 지난해부터 시작한 축제는 완주군 100개 마을 주민이 각각 독특한 테마를 들고 참가한다. 주민들은 3년 전부터 머리를 맞대고 마을별 향토자원과 특색사업을 찾았다. 

 용진면 서계마을의 경우 전통한과인 부스개를 가지고 축제에 나왔다. 30여 명이 축제 현장에서 쌀 등을 튀기고 조청을 뿌려 한과를 만들어냈다. ‘늙은 호박 씨알죽’을 가지고 나온 고산읍 부동마을은 김치 등을 함께 팔아 사흘간 1000여만원의 수입을 올렸다. 

 8월 열렸던 진안군 마을축제도 주민들이 직접 판을 펼쳤다. 용담·백운·동향·정천면 등에 있는 20여개 마을 농민들은 도라지·더덕 캐기와 별자리 관찰, 삼림욕, 한과 만들기 같은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달빛 아래 숲길 걷기와 자전거 타고 농로 달리기, 생태건축 집 짓기, 옷 만들기 같은 체험거리도 제공했다. 진안군 마을축제는 3000만원을 지원할 테니 방송국 공연을 하자는 금융기관의 제의를 “행사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거절하기도 했다.

 임정엽 완주군수는 “어느 지방 축제나 가수 공연, 각설이를 앞세운 장돌뱅이, 미인대회가 빠지지 않는다. 이들을 과감하게 배제하니 지역 주민과 도시 관광객이 함께 즐기는 ‘진짜 축제’가 살아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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