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업가들, 주식 사듯 미술품 사들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9면

중국 폴리옥션의 경매 장면. 베이징에서 1년에 두 번 여는 메이저 경매에서는 중국 서화와 현대 유화를 비롯해 골동품·시계·보석 등이 7일 내내 거래된다. [중앙포토]
장샤오강의 ‘혈연 대가족1(1994)’. 80억 원에 낙찰돼 지난 1년간 거래된 아시아 동시대 미술품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중국 미술시장을 이끄는 것은 차이니스 드림이다. 성공한 사업가들이 주식 투자하듯 미술품을 사들이고 있다.”

 처음 듣는 말이 아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분석이라 무게감이 다르다. 프랑스의 미술시장 분석업체 아트프라이스가 ‘동시대 미술 연례 보고서’에 실은 내용이다.

 아트프라이스는 ‘돈과 예술의 거리낌 없는 결합’ ‘돈 안 내는 구매자들’ 등의 거친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이 회사는 지난해엔 “뉴욕에서 베이징으로 세계 미술시장의 중심이 이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는 홍콩에 사무실을 열고 중국 미술시장에 대한 본격적 해부에 들어갔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간 전세계에서 있었던 동시대 미술 경매 현황. 총 4만1000건(우리 돈으로 1조 3150억원 이상)을 집계한 결과 중국이 38.79%(거래액 약 1567억원), 미국이 26.10%, 영국 22.66%, 프랑스 2.47% 를 차지했다.

 그럼에도 아트프라이스는 중국 미술시장의 활황을 차이니스 드림이라고 일축했다. "갑자기 성공한 사업가들이 주식 투자하듯 사람을 모아 미술에 투자한다. 여럿이 돈을 모아 작품 한 점을 사는 식이다. 돈과 예술이 중국에선 거리낌없이 손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최대의 미술품 경매사 폴리 옥션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1년간 809억원 어치를 거래했다. 크리스티·소더비·필립스에 이어 제4의 경매사로 등극했다. 5위는 중국 자더다. 아트프라이스는 “폴리는 인민해방군이 운영하는 회사여서 정부의 직접 지원을 받는다. 해외 경매사들의 본토 진입을 막는 중국 정부의 보호 속에서 급성장했다”고 했다.

 보호 속 시장인 베이징과 달리 홍콩은 아시아 미술시장의 최전선으로 각축이 벌어지고 있다. 자더는 이미 홍콩서 첫 경매를 열었고, 폴리는 다음달 경매를 준비 중이다. 정부의 세금 관리가 철저해졌고, 경제성장이 둔화되면서 중국 내 미술 시장이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아트프라이스는 “홍콩시장은 다이내믹하지만, 악명 높은 중국 컬렉터들로 그 성공에 흠집이 났다. 낙찰 받아놓고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구매자도 여럿이다. 이제 주요 경매사들은 구매자들에게 보증금 100만 홍콩달러(약 1억4400만원)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고도 전했다.

  현대미술가를 낙찰 총액순으로 집계한 ‘동시대 미술가 500’ 순위도 발표했다. 10위권에 중국 미술가들이 다섯, 50위권까지는 21명이 포진했다. 한국에서는 손상기( 155위)를 비롯해 오치균·서도호 등 7명이 50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서진수 미술시장연구소장은 “중국 미술가들의 수적 강세가 다시금 확인됐다. 일본의 무라카미 다카시는 13위, 인도계 영국 미술가 아니쉬 카푸어도 23위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 미술시장이 불황이라지만 톱 작가들은 계속해서 전시와 평론으로 주목돼야 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