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벙커버스터 구매 300억 바가지 쓴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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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무역중개상 B씨가 2006년 4월 18일 친분이 두터운 방위사업청 고위 관계자와 만나고 난 뒤 쓴 쪽지. ‘일차(1차)와 동일 방법으로 결정 예정. 6월 사업방법 결정. 염려할 일 없다’고 적혀 있다. 필적 감정 결과 B씨의 친필로 나왔다. [한영익 기자]

국방부 산하 방위사업청이 2006년 대북 억제전력의 핵심인 ‘벙커버스터’(BLU-109)를 대량으로 구매하는 과정에서 한 업체에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돼 검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최소 300억원대의 세금이 낭비됐는지를 밝히는 게 핵심이다.

 14일 검찰과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박순철)는 지난해 4월 권익위로부터 수사의뢰를 받아 방사청 관계자 등을 소환조사했으며 최근 무기중개상 B씨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2007년 국내 방산업체인 한화와 미국의 무기업체 D사를 사업자로 선정한 뒤 600억원을 들여 한 발에 3977만원씩 벙커버스터 1000여 발을 구매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2004년에는 미국 정부와의 직거래를 통해 벙커버스터 116발을 한 발에 약 1300만원씩 구매했다. 납품가격이 불과 3년 만에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이는 2004년에는 미국 정부를 통해 완성탄을 사오는 대외군사판매제도(FMS) 방식으로 구매했지만, 2007년 갑자기 미국에서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하는 ‘국내구매 방식’으로 변경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방사청은 “FMS 가격이 더 비싸 국내구매 방식을 거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미 3년 전에 FMS 방식으로 벙커버스터를 싼 가격에 구매한 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2006년 당시 공군과 국방연구원(KIDA) 등은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국내구매 방식보다 FMS 방식을 추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방사청의 내부 관계자도 “2~3년 만에 FMS 가격이 2~3배씩 올라간 경우는 거의 없다”고 밝히고 있다. 방사청이 2007년 산정한 FMS 가격이 실제보다 부풀려졌을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것이다. 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사청 고위 간부 A씨와 무기중개상 B씨의 개인적 커넥션이 배후에 있다”며 “두 사람이 2006년 4월 18일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서 만나 국내구매 방식에 대해 합의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본지가 단독으로 입수한 B씨의 친필 메모엔 그 만남 당일 ‘일차(1차)와 동일 방법으로 결정 예정. 6월 사업방법 결정 염려할 일 없다’고 적혀 있다. 1차 사업은 우리나라 정부가 1995년 해외에서 벙커버스터 기술과 부품을 들여와 국내에서 조립했지만 실패했던 것을 의미한다. B씨는 D사 최고경영자의 누나다. B씨는 무기도입을 중개한 대가로 수수료를 챙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A씨는 “당시 호텔에서 B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벙커버스터 사업과 관련된 얘기는 일절 하지 않았다” 고 말했다. 본지는 B씨에게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심새롬·한영익 기자

◆벙커버스터(Bunker Buster)=지하에 숨은 적군과 진지를 무력화하기 위해 개발된 항공기용 폭탄. 크기와 관통력에 따라 BLU-109, GBU-31, GBU-32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한국이 도입한 BLU-109는 1.8m 두께의 콘크리트 진지를 관통할 수 있다.

알려왔습니다위 기사와 관련해서 ㈜한국무역에서는 “벙커버스터 구매 과정에서 방사청의 특혜를 받은 사실이 없으며 이와 관련된 수사를 받은 적도 없다”고 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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