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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舊 대결 올 바둑계 '화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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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계가 신구 대격돌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정상을 지키고있는 조훈현9단-이창호9단 두 사제에게 젊고 파릇한 신예들이 대거 도전장을 던졌다.

조한승5단, 송태곤3단, 윤준상초단 등 2002년을 수놓았던 강력한 신예들이 중무장한 채 조훈현-이창호의 주위를 에워싼 것이다. 과연 이 싸움은 어찌될까. 1월 초에 벌어지는 신구 대접전은 바로 2003년 바둑계의 축소판일 수 있다.

3일 올해의 첫 대국이 열린다.'바둑황제' 조훈현9단과 '무서운 초단' 윤준상초단(16)의 기성전 도전자결정3번기 2국이다. 지난해 벌어진 1국의 결과는 윤초단의 승리. 그러니까 조9단에겐 이 판이 곧 막판이다. 벼랑 끝에 선 조9단을 향해 윤초단은 이렇게 포효하고 있다.

"올해의 목표는 조9단에게 승리하여 도전권을 따낸 뒤 타이틀마저 획득하는 것입니다. 이 소망을 반드시 이루고 싶습니다."

6일엔 조훈현9단과 지난해 신인왕 송태곤3단(17)이 좀더 짜릿한 한판승부를 펼친다. 바로 지난 연말을 뜨겁게 달궜던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전의 최종국이 열리는 것이다. 스코어는 2대2. 이 한판으로 우승자가 결정된다. 이 승부를 기다리는 송태곤3단의 꿈은 좀더 원대하다.

"올해의 첫번째 목표는 박카스배 우승입니다. 두번째는 세계대회 출전권을 얻어내 세계대회에서도 빛나는 성적을 거두는 것입니다."

8일엔 이창호9단과 조한승5단의 국수전 도전기 첫판이 시작된다. 조한승5단은 2001년과 2002년 연속해서 다승왕에 올랐다. 조5단은 드디어 지난해 조훈현9단을 2대0으로 격파하고 세계최강자 이창호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조5단의 상대는 타이틀전 무적의 이창호9단이기에 이 대국을 맞이하는 그의 감상은 매우 조심스럽다.

"처음 맞는 도전기에서 이창호9단에게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그러나 모처럼 얻은 이 기회에 전력을 다하고 싶고 국수 타이틀을 따내고 싶습니다."

3인의 도전자는 모두 싱싱하고 막강한 파워를 보이고 있다. 윤초단은 유창혁9단을 좋아하는 두터운 바둑이고 송태곤3단은 조훈현9단이 가장 좋다는 전투파다. 조한승5단은 부드러운 감각과 사나운 칼날을 동시에 지녀 마치 젊은 날의 조훈현을 연상케 한다.

그렇다면 이들과 맞서는 두 정상의 상황은 어떤가. 이창호9단은 연말의 춘란배 세계대회서 자신의 천적인 중국의 저우허양(周鶴洋)9단과 창하오(常昊)9단을 가볍게 연파하고 결승에 올랐다. 그는 2003년이 시작되자마자 도요타 덴소배와 함께 두개의 세계대회 우승컵을 거머쥘 기세다. 불세출의 능력이 여전하고 최근 더욱 분발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조훈현9단 쪽은 빈틈이 보인다. 지난 연말부터 중요 대국이 폭주하여 하루 걸러 시합을 치르다가 심한 몸살에 걸렸고, 무쇠체력을 자랑하던 조9단도 결국은 무너지는 모습을 보였다. 국수전, 춘란배 등 중요대국에서 연전연패하고 만 것이다.

조9단은 3일 대국한 뒤 4일에도 입신-수졸 이벤트 대결에 나서고 6일 또 중요 대국을 벌인다. 올해 만50세가 된 조9단에겐 아주 힘든 싸움이다. 과연 신년벽두의 이 신구대결은 어떻게 결판이 날까. 이 결과는 14일의 삼성화재배 결승전(조훈현-왕레이)에도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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