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한 수] 흑의 빈틈을 유린한 백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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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반복된다.바둑판 위의 실수도 끝없이 반복된다.유혹에 흔들려 아주 조금 궤도를 이탈했을 뿐인데 준엄한 철퇴는 용서가 없다.

#장면1 춘란배 세계대회 준결승전.중국의 뤄시허(羅洗河)9단과 일본의 하네 나오키(羽根直樹)9단의 대결이다. 지금 흑을 쥔 羅9단이 1로 전개했는데 이수는 A가 적당했다. 하지만 羅9단은 상대가 B로 받아주면 C로 두어 좀더 근사한 모습을 갖추려 했다. 이 작은 욕심이 패인이었다.

#장면2 하네9단은 백1로 파고들었는데 이수가 흑의 가슴을 철렁하게 만든 급소의 일격이었다. 흑A는 B로 젖혀 소용없다. 순식간에 근거를 잃은 이곳 흑은 격렬한 저항 끝에 죽음을 맞이했고 바둑도 끝나버렸다. 이 승리로 하네9단은 생애 처음 세계무대 결승에 올랐다.

◇하네 나오키 9단은…

이창호9단과 춘란배 우승컵을 다투게 된 일본의 하네 나오키9단(27)은 과거 왕좌 타이틀을 따냈던 하네 야스마사(羽根泰正)9단의 아들이다. 일본에서 최근 천원 2연패에 성공하여 세계최초의 '부자 타이틀 홀더'의 진기록을 세웠다. 이번 춘란배에서 조훈현9단을 격파한데 이어 결승까지 진출함으로써 쓰러져가는 일본바둑의 새로운 희망으로 떠올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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