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농사에 쓸모 있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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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성주군 선남면 도흥1리에 사는 김정옥(46.여) 씨.

남편과 함께 참외 농사를 짓는 김씨는 요즘 오전 6시쯤 일어나면 먼저 고속통신망이 깔린 컴퓨터 앞에 앉는다. 인터넷에서 일기예보를 보고 서울 가락동 도매시장의 참외 시세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밤새 들어온 e-메일도 열어보고 참외를 사겠다는 주문은 따로 메모한다. 참외 수확량을 결정하면 그날 하루 농사계획이 세워진다.

김씨가 인터넷에 눈을 뜬 것은 3년 전. 이 마을 출신으로 인터넷을 가르치는 김종삼(39.세계사이버대학) 교수가 중심이 돼 도흥리를 인터넷마을(http://www.dohung.co.kr)로 조성하는 바람이 불면서다.

김씨는 중.고교에 다니는 자녀들에게 뒤지지 않으려고 주경야독 컴퓨터와 씨름했다. 김씨는 "알고 보니 인터넷이 그리 어렵지 않더라" 고 말했다. 이제 그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도사'' 가 됐다. 도흥1리 주민들은 최근 김씨를 ''인터넷 새마을지도자'' 로 추대했다.

정보격차 해소를 위한 지방자치단체들의 각종 정보화사업이 본격화되고 있다. 주민들의 정보화 수준을 한단계 높이고, 전자상거래를 통해 소득수준을 제고하자는 취지다.

특히 경상북도의 경우 도농간 정보격차 해소를 적극 추진, 눈길을 끌고 있다. 광역자치단체 중 면적이 가장 넓어(전국토의 약 20%) 행정처리에 어려움을 겪어온 데다 농어촌과 도시의 정보격차를 두고만 볼 수 없었기 때문.

지난달 29일 도흥리에선 이 마을이 생긴 이래 가장 큰 잔치가 벌어졌다. 경북도가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추진 중인 ''인터넷 새마을운동'' 선포식을 이곳에서 가진 것. 이의근 경북지사는 선포식에서 "지식정보화 시대를 선도해 나가기 위해 지난날 가난을 해결했던 새마을운동의 교훈을 되살려 인터넷 새마을운동을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선포하고 이의 실천을 도민에게 제안한다" 고 밝혔다.

선포식에 이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참외를 주문하는 전자상거래가 시연됐다. 특수차량으로 개조된 ''이동정보화교실'' 버스 두대도 문을 열었다. 경북도가 5억8천만원을 들여 만든 ''인터넷버스'' 엔 서버시스템과 노트북컴퓨터를 LAN으로 연결하고, 인공위성 무궁화3호를 이용해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는 쌍방향통신장치(VSAT) 등이 장착돼 있다.

인터넷버스는 9일 울진군을 시작으로 경북지역 산간오지를 돌며 정보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전문강사와 디지콩(인터넷봉사단) 이 1대 1로 눈높이 교육에 나선다.

인터넷 새마을 운동은 주민들이 정보화에 앞서가는 사람을 인터넷 새마을지도자(현재 5천1백35명) 로 선정, 마을 홈페이지를 만들고 안방에서 인터넷으로 농수산물 정보를 얻는 등 정보화를 생활화해 살기 좋은 농어촌을 만들자는 운동. 경북도 등 행정기관은 정보화 교육과 인프라 구축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벌써 컴퓨터로 영농일지.가계부 작성 등 마을 단위의 5대 실천운동과 읍.면.동에 인터넷플라자 설치 등 지원기관의 5대 과제사업이 실천 중이고, 인터넷봉사단 모집에는 대학생 1백50여명이 지원해 높은 관심을 보였다.

경북도는 전국에서 지정된 19곳의 정보화시범마을 가운데 도흥리 참외마을과 포항 호미곶마을, 안동 하회마을 등 광역단체중 가장 많은 3곳이나 포함돼 눈길을 끌기도 했다. 특히 도흥리의 경우 3백여호 마을에 90여대의 PC가 설치됐으며, 전자상거래 첫해인 지난해 3억원어치의 참외를 팔았고 올해는 5억원이 목표다.

경북도 김장주 정보통신담당관은 "인터넷 새마을운동은 정보격차 해소는 물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의식개혁운동" 이라며 "2005년까지 인터넷플라자 설치 등에 3백50억원을 투입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성주〓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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