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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이 3주 이상 길어지면 백일해 의심해야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거의 퇴치 단계에 들어간 줄 알았던 백일해(百日咳)가 최근 다시 살아나고 있다. 영국은 올 들어 백일해 환자가 4700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미국도 최근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5월 전남 영암의 한 고등학교에서 36명이 집단 발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백일해는 100일 동안이나 기침을 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첫 1~2주는 감기처럼 시작해 미열과 함께 콧물과 가벼운 기침을 하다가 3주째부터 기침이 심해지는데 발작적인 기침을 하게 된다. 기침이 심할 때는 얼굴이 빨개지고 숨이 막히며, 음식을 토할 정도다.

이러한 기침은 치료하지 않으면 2~3개월 지속될 수 있으며 더 오래가는 경우도 있다. 청·장년이 3주 이상 만성 기침을 하는 경우 약 3%는 백일해 때문이라는 국내보고가 있다. 기침이 오래갈 경우 한번쯤은 백일해를 의심해봐야 하는 것이다.

백일해는 단독 백신은 없고 디프테리아-파상풍 백신이 포함된 DTP(diphtheria, tetanus, pertussis) 백신으로 예방접종한다. 한국에서는 1954년부터 정부가 DTP백신을 권장했는데, 1989년 개량형 백일해 백신이 들어 있는 DTaP를 국가필수예방접종에 포함하면서 백일해의 발생빈도는 눈에 띄게 감소했다. 1995년 이후로는 매년 10건 내외로만 보고됐을 뿐이다.

그러나 2009년부터 국내의 백일해 발생이 다시 증가하기 시작해 2011년에는 100건 가까이 보고됐고, 올해는 6월까지 이미 229명이 발생했다. 과거에는 1세 미만의 영아에서 주로 발생하던 것이 이제는 15세 이상의 청·장년이 약 3분의 1을 차지할 정도로 연령대가 넓어졌다.

그 이유는 영아와 소아에게 예방접종을 시작하면서 어린이의 백일해는 감소한 반면 청·장년은 예방접종 효과가 점차 떨어져 발병이 증가하는 것이다. 최근까지는 10세 이전에 총 5회의 DTaP를 접종한 경우에는 10세 이후에 10년마다 dT(디프테리아-파상풍)만을 추가 접종하도록 했다. 백일해에 대한 추가접종은 권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청·장년에서 백일해 발생이 증가하면서 10세 이후에 최소한 한 번은 dT 대신 백일해가 포함된 Tdap를 맞도록 하고 있다. 특히 11~12세에 Tdap 백신을 필수접종으로 정하고 보건소나 병·의원에서 무료로 맞을 수 있게 했다.

청장년용 Tdap 백신에 d와 p를 소문자로 쓰는 이유는 디프테리아와 백일해의 항원이 소량으로 포함돼 있기 때문이며 이는 백신의 이상 반응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또한 p(pertussis·백일해) 앞에 a(acellular의 약자)가 붙는 것은 백일해 세균에서 세포 없이 항원만을 포함한 개량형으로써 부작용을 줄인 것을 의미한다.

출산을 앞둔 임산부가 백일해 백신을 맞는 것은 과거에는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아 금기였다. 그러나 최근에 안전함이 검증됐다. 임신 중에 백일해 백신을 맞으면 임신부 자신을 백일해로부터 보호할 뿐 아니라 면역이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달돼 아이가 출생 후에 백일해에 감염이 되는 것을 예방하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임신 20주 이후에 성인용 백일해 백신 접종을 맞을 수 있으며 수유 중에 접종을 해도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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