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안 헐었을 때 연고 멋대로 바르면 안 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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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2호 18면

혀나 잇몸 등 입 안 곳곳이 쉽게 허는 구내염 환자가 늘고 있다. 요즘처럼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 신체의 면역력이 급격히 떨어져 구내염 환자가 급증한다. 스트레스와 피로가 쌓일 경우 발병 가능성이 커진다.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흔한 질환이지만 입 안 전체로 번지거나 크기가 커지면 통증이 심하고 음식물 섭취도 어려워진다. 사과나무치과병원 김경훈(사진) 원장에게 구내염의 예방과 치료법에 대해 들어봤다.
 
-구내염의 종류와 증상은.
“구내염은 혀나 잇몸, 입술 등 구강 점막에 염증이 생기거나 세균·바이러스에 감염돼 궤양이 생기는 병이다. 가장 흔한 것은 아프타성 구내염이다. 5명 중 1명꼴로 빈번하게 생긴다. 입 안이 따갑거나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고 음식을 먹을 때 통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염증이 있는 빨간색 둘레를 가진 흰색 궤양이 직경 2~3㎜로 작게 나는 경우도 있고, 1㎝ 정도로 크게 생기는 등 형태가 다양하다. 궤양 부위가 간지럽고 불타는 듯한 느낌 때문에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양치질을 열심히 해도 입 안에서 냄새가 나기도 한다. 열흘 정도 지속되는 경우도 많고 2~4개월마다 재발하기도 한다. 이외에 헤르페스성 구내염이 있다. 작은 물집이 여러 개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사과나무치과병원 김경훈 원장 : 구내염 예방과 치료

-왜 생기나.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신체가 계절의 변화를 스트레스로 받아들여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구내염이 생긴다. 몸이 쉽게 지치고 회복력이 둔화되기 때문이다. 시험이나 승진 등으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야근·음주 등으로 과로를 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구내염이 악화된다. 가족력도 영향이 크다. 대개는 뜨거운 음식을 급하게 먹거나 혀나 볼 안쪽을 씹어 상처가 생기면 2~3일이면 회복되지만 구내염 가족력이 있는 사람은 일주일 이상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영양이 부족해도 구내염이 잘 생긴다. 비타민 B1·B2·B6·B12와 철분·엽산·아연 등이 부족한 경우다. 여성의 경우 생리가 시작하기 전에도 나타난다.”

-어떻게 치료하나.
“아프타성 구내염은 대개 1~2주 정도면 자연적으로 낫지만 재발하는 경우가 많아 치료를 받는 게 좋다. 가장 기본적인 치료는 항균세정제나 스테로이드제제를 바르거나 먹는 것이다. 증상이 심하면 구내염 부위에 스테로이드제 주사를 놓기도 한다. 시중에 판매하는 스테로이드 연고제도 도움이 된다. 최근에는 치과용 특수 레이저를 이용해 구강 점막 치료를 하기도 한다. 염증 부위를 태우는 화학적 소작술을 하거나 점막 보호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헤르페스성 구내염은 아프타성 구내염과 달리 오라메디 같은 스테로이드 연고를 바르면 오히려 증상이 악화된다. 감기처럼 바이러스성 질환이기 때문에 스테로이드제를 바르면 오히려 구내염이 넓게 퍼지면서 심해진다. 하지만 육안으로 아프타성 구내염과 헤르페스성 구내염은 쉽게 분간이 안 되기 때문에 자가 진단보다는 치과나 이비
인후과를 찾아 진료를 받는 게 좋다.”

-종합비타민제를 꾸준히 먹는 게 도움이 되나.
“비타민 B12·철분·엽산 등은 식사만으로 섭취하기가 어려워 종합비타민제로 따로 보충해 주는 게 좋다. 과자, 돈가스, 튀김이나 짜고 맵고 신 자극이 있는 강한 음식은 점막을 자극하기 때문에 피한다. 궤양이 심하면 부드러운 죽 같은 음식을 시원하게 해서 먹는다. 아이스크림처럼 차가운 음식이나 우유, 코코아 등은 구강 점막의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일 수 있어 권할 만하다.”

-구내염을 예방하려면.
“몸의 면역력을 높여주는 생활 습관을 갖는 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육체적으로 과로를 피하고, 스트레스를 줄인다. 몸이 피곤하다고 느끼기 전에 휴식을 취한다. 구내염 부위를 무의식 중에 혀로 자극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구강을 청결하게 하는 것은 기본이다. 정기적으로 치과에서 스케일링을 받고, 교정 장치나 틀니 같은 치과 장치의 날카로운 부분이 입 안을 자극해 구내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치아를 덮을 수 있는 왁스를 사용하는 게 좋다. 연마제가 많이 들어 있는 치약은 치아와 구강 점막의 마모도가 높기 때문에 피하고, 흡연, 알코올 섭취도 가급적 삼간다.”

-이를 닦을 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나.
“구내염이 있으면 입 냄새가 나기 때문에 평상시보다 칫솔질을 자주 하고, 입 안의 점막에 상처가 나지 않게 해야 한다. 칫솔모가 부드러운 제품을 사용하다가 칫솔모가 옆으로 눕기 시작하면 바로 바꿔야 한다. 칫솔로 혀 부위를 전체적으로 닦고 항균 효과가 있는 가글액으로 입 안을 반복해 헹군다. 구내염 부위를 소독한다고 소금으로 이를 닦는 사람도 있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질환을 키울 수 있어 삼가는 게 좋다.”

-구내염과 혼동하기 쉬운 질환도 있다던데.
“구내염처럼 보이지만 암인 경우도 있다. 구강암은 전체 암의 6%에 이를 정도로 드물지 않다. 위암이나 대장암은 전문가라도 내시경 검사를 해야만 암을 확인할 수 있지만 구강암은 육안으로도 진단할 수 있다. 하지만 중년 이상에서 입 안이 헐었을 때 단순한 구내염으로 생각하고 구강암을 방치했다가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다. 구내염처럼 보이는 궤양이라도 잘 낫지 않고 3주 이상 지속되면서 1㎝ 이상으로 크기가 커지는데, 통증이 없다면 병원을 찾아 조직 검사를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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