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인터뷰] 영화 '아이 러브 유' 김남주

중앙일보

입력

어느 시인이 '잔치는 끝났다'고 말한 여자 나이서른에 그도 이영애나 이미연처럼 화려한 잔치판을 벌이려는 걸까. MBC TV 주말드라마 「그 여자네 집」에서 물오른 연기를 펼치고 있는 김남주(30)가 스크린에도 진출해 이른바 `쌍끌이' 인기몰이를 꿈꾸고 있다.

5일 오후 경기도 용인의 한터전원마을에서는 영화 「아이 러브 유」의 마지막촬영이 한창이었다. 해가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동안 짬을 내 기자들과 마주한 김남주는 마치 숙제를 다 끝낸 초등학생 같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문을 열었다.

"드라마는 익숙하기는 해도 미처 준비할 시간도 없이 연기해야 하니까 훨씬 어려워요. 영화는 감정이 잡힐 때까지 기다려주잖아요. 그전에는 솔직히 겁이 나서 영화 출연 제의에 선뜻 응하지 못했는데 앞으로는 기회가 닿는 대로 하고 싶어요."

신인 문희융 감독이 시나리오를 쓰고 메가폰까지 잡은 「아이 러브 유」는 남녀4명의 엇갈린 사랑 행로를 더듬어가는 멜로물. 극중에서 김남주는 결혼을 앞둔 비디오 저널리스트 현수로 등장해 영화 「미인」에서 조각상 같은 몸매를 과시했던 오지호, SBS 공채 출신의 탤런트 서린, 영화 「공포택시」의 이서진과 해답 없는 방정식을 풀어나간다.

"가슴이 뻐근해지는 슬픈 이야기지만 눈물을 쥐어짜는 최루영화는 아니에요. 한바탕 울어버리고 싶은데 눈물은 나지 않는, 그래서 더 슬픈 이야기 있잖아요. 현수는 좋아해도 좋아한다는 말 못 꺼내고 슬퍼도 속으로 울음을 삼키는 성격이에요. 그동안의 제 이미지가 좋고 싫은 것을 분명히 말하는 성격이어서 연기해내기가 쉽지않았어요."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어떤 느낌을 갖기를 바라느냐"고 묻자 "모든 관객이`나도 저런 사랑 한번 해보고 싶다'고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자신은"상상 속에서는 모르지만 실제로는 자신이 없다"고 고개를 가로젓는다.

김남주는 연기생활 7년 만의 첫 스크린 나들이를 앞두고 `7년 만의 외출'을 준비하는 마릴린 먼로처럼 한동안 마음이 들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받아들자마자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상대역의 배우가 출연한 영화는 물론이고 멜로영화도 닥치는 대로 봤고 슬픈 소설도 틈나는 대로 읽었다. 특히 일본영화 「러브레터」는 여주인공의 절제된 감정이인상적이어서 교과서로 삼기 위해 보고 또 봤다고 한다.

"제가 연기를 어떻게 했는지 궁금해 죽겠어요. 연속극은 그때그때 시청자 반응을 알 수 있어 아쉬운 부분이 있으면 고쳐나갈 수도 있는데 영화는 그럴 수 없잖아요. 처음 설정했던 캐릭터에 너무 갇혀 있어 융통성을 발휘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요."

「아이 러브 유」의 개봉 예정일은 8월 25일. 김남주는 관객의 심판이 두려워스트레스를 받는다면서도 '패션 리더'라는 별명처럼 "영화가의 올 가을 분위기를 이끄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욕심을 조심스럽게 내비친다.

(용인=연합뉴스) 이희용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