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비전] 배워야 할 阿축구의 성장

중앙일보

입력

아르헨티나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 가나와 이집트의 지난 5일 준결승전은 아프리카 축구의 현주소와 미래를 살필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연속 우승을 차지했던 아프리카 축구는 4강에 두 팀이 올라 블랙 파워를 과시했다.

준결승에서 이집트를 2 - 0으로 꺾으며 결승에 오른 가나가 보여준 아프리카 축구의 현주소는 한마디로 과거 기복이 심하던 축구에서 실리 축구로 성숙했다는 점이다. 가나는 준결승전까지 5승1무를 기록하며 8득점에 2실점의 '자린고비' 성적을 냈다. 과거 아프리카를 대표했던 나이지리아.카메룬 등이 월드컵.올림픽에서 기복이 심한 플레이를 펼쳤던데 비해 가나는 매우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한 유럽식의 플레이를 연상케 했다.

가나는 그동안 아프리카 축구가 세계 무대에서 보여줬던 무기, 즉 유연성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개인기와 세밀한 기술의 장점은 그대로 살리면서 경기가 꼬이거나 기 싸움에서 꺾이면 와르르 무너지던 단점을 극복한 끈끈한 팀 플레이를 펼쳤다.

가나의 20세 이하 어린 선수들은 90분간 쉴새없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놀라운 체력과 정교한 기술, 전술 수행 능력을 숨김없이 보여줬다. 이들은 상대 수비가 몇 명이 붙더라도 자신에게 오는 볼을 키핑하는 자신감이 있었으며, 골 마우스의 좁은 지역에서 강한 패스로 상대 수비를 허무는 리듬, 템포를 조절한 패싱 능력은 혀를 내두르게 했다.

여기에 볼을 갖고 달리는 스피드는 유럽과 남미 선수들을 능가했다. 스피드의 우위 확보는 21세기형 축구인 '속도 축구' 의 싸움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는 원동력이었다. 특히 페널티 지역의 과감한 돌파는 날카롭고 힘이 넘쳤다. 자신감과 기술의 완성도를 앞세운 가나는 아르헨티나와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브라질을 8강전에서 2 - 1로 꺾었으며, 국제축구연맹(FIFA)랭킹 1위인 프랑스와 예선에서 무승부를 기록했다.

아프리카 축구가 한결 성숙한 경기 운영을 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시드니올림픽에서 우승했던 카메룬의 선수 대부분이 유럽 무대에서 활동했듯이 가나의 경우 20세 이하임에도 불구하고 엔트리 18명 중 무려 7명이 프랑스.이탈리아.그리스.덴마크.네덜란드.멕시코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이지리아도 마찬가지다. 세계 최고 무대의 경험과 자신감이 아프리카 축구 발전의 원동력인 것이다.

아프리카 축구는 이제 유럽과 남미 대륙에 맞서는 제3세계의 대표성을 다시 확인시켰으며 시간상 빠름과 더딤의 차이만 있을 뿐 분명 월드컵에서도 우승할 가능성을 또다시 강하게 인식시켰다.

아시아 지역 예선도 통과하지 못해 구경꾼으로 전락한 한국은 아프리카 축구의 변화와 세계 축구의 흐름을 잘 챙겨 귀감으로 삼아야 한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