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영화 CG 현주소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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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서 컴퓨터 그래픽은 1990년대 중반부터 사용하기 시작했다.

신호탄이 된 작품은 박헌수 감독의 '구미호' (94년) . 배우 고소영이 사람에서 여우로 변해가는 모습, 차에 깔려 납작해진 저승사자가 원래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장면 등에 활용됐다. 하지만 의욕적 시도에도 불구하고 리얼리티는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단점은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 (96년) 에서 다소 보완됐다. 1천년 전 짝사랑하던 여자의 애인을 쫓아와 살해하려는 황장군이 건물 벽을 통과하는 장면, 그를 피해 도망가던 전생의 연인들이 건물 옥상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에서 배경화면과 인물을 따로 찍어 컴퓨터로 합성했다.

'귀천도' (이경영.96년) , '피아노맨' (유상욱.96년) 등에서도 비슷한 형태로 이용됐으며, 한국 최초의 블록버스터를 표방했던 '퇴마록' (박광춘) 에서 비교적 완성도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할리우드에 비교해선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는 게 영화계의 중론. 예컨대 28일 개봉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파이널 판타지' 에선 컴퓨터로 만들어낸 인물들이 실제 배우와 흡사하게 연기하는 단계까지 이르렀다.

모팩 스튜디오의 장성호 실장은 "할리우드에선 영화 한편을 위해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상황" 이라며 "우리가 기술.장비 등에선 크게 떨어지지만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는 창의성 만큼은 뒤지지 않아 비관할 것까진 없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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