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화끈한 용덕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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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용덕한(등번호 27번)이 9일 준플레이오프 2차전 1-1 동점이던 9회 초 결승 솔로홈런을 때려 낸 뒤 홍성흔(49번)을 비롯한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주전 포수 강민호의 부상으로 선발 출장 기회를 잡은 용덕한은 2차전 최우수선수(MVP)로 선정됐다. [김진경 기자]

롯데를 울렸던 용덕한(31)이 롯데를 웃게 했다.

 용덕한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1-1이던 9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결승 솔로홈런을 때려내며 2-1 승리를 이끌었다. 볼카운트 1스트라이크 2볼에서 상대 투수 홍상삼의 146㎞짜리 몸쪽 높은 직구를 잡아당겨 좌측 담장을 훌쩍 넘겼다. 앞서 0-1이던 7회 초 1사 1루에서는 중전안타로 1사 1·2루를 만들며 문규현의 동점 적시타가 나오는 데 디딤돌을 놓는 등 맹활약했다. 용덕한은 이날 4타수 2안타(1홈런)·1타점·1득점으로 준플레이오프 2차전 최우수선수(MVP)가 됐다.

용덕한

 용덕한은 백업포수지만 주전포수 강민호가 전날 입은 왼쪽 눈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어 선발출장했고, 이런 상황이 오히려 롯데에 행운이 됐다. 용덕한은 안정된 투수 리드로 9이닝 동안 1점만 내주는 등 공수 모두에서 만점 활약했다. 2승을 거둔 롯데는 플레이오프 진출까지 1승만을 남겨놨다.

 올 시즌 두산에서 롯데로 트레이드된 용덕한은 지난해까지는 롯데 팬들에게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용덕한은 두산 시절인 2009년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 3회 초 2사 만루에서 3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내 승부에 쐐기를 박았다. 2010년에는 한술 더 떴다. 당시 시즌 타율 1할3푼6리였던 용덕한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6할6푼7리·4타점으로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MVP가 됐다. 먼저 2승을 거뒀던 롯데는 용덕한의 활약에 2승3패로 눈물을 흘려야 했다.

 하지만 상황이 달라졌다. 용덕한의 ‘가을 본능’은 이제 롯데를 위해 타오르고 있다. 용덕한은 전날 치른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도 5-5이던 연장 10회 초 선두타자로 2루타를 때려내 결승득점까지 올렸다. 포수로도 노련한 투수 리드를 선보여 가을 롯데의 든든한 힘이 되고 있다.

 두산은 1-2이던 9회 말 선두타자 김현수가 중전안타를 때려내며 마지막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윤석민의 번트가 3루수-유격수-2루수로 이어지는 더블플레이가 되며 추격할 힘을 잃었다. 1-1이던 8회 말 2사 1루에서 등판한 롯데 강영식은 3분의 1이닝 동안 공 9개만 던진 뒤 행운의 승리를 따냈다. 이는 역대 준플레이오프 최소투구 승리투수(종전 12개)이자 최소타자 상대 승리투수 신기록(2명·종전 3명)이다. 2-1이던 9회 말 무사 1루에서 등판한 롯데 마무리 정대현도 공 3개로 세이브를 챙기며 준플레이오프 최소투구 세이브 타이기록을 세웠다.

허진우 기자

양팀 감독 말

▶양승호(롯데 감독)=“어제 실책을 많이 해서 오늘은 수비를 잘할 것으로 생각했다. 9회 윤석민의 번트 때 황재균이 좋은 수비를 해줬다. 큰 경기에서는 속된 말로 ‘미친 선수, 기대하지 않은 선수’가 나와야 성적을 낼 수 있다고 하지 않나. 박준서와 용덕한이 잘했다. 용덕한은 수비형 포수인데 가을에 강한 친구답게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 잘했다. 3차전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뜻대로 되는 건 아니다. 2010년에도 2연승하고 두산에 진 적이 있다. 3차전을 1차전이라고 생각하겠다.”

▶김진욱(두산 감독)=“꼭 이기자는 각오로 임했는데 1회 1득점 뒤 추가점이 나오지 않았다. 찬스다운 찬스를 잡지 못해 1점을 끝까지 지키기 어려웠다. 어제와 오늘 홍상삼의 실투 하나가 홈런이 됐다. 9회에는 일단 동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4번 타자인 윤석민에게 번트를 지시했다. 만약 첫 경기이거나 1승을 하고 있었다면 공격적으로 했을 거다. 하위 타순 싸움에서 롯데에 졌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데가 없다. 부산에 가서도 전력을 다할 것이다.”

준PO 2차전 승부처

<1회 말> 롯데 0-1 두산
두산 1사 2루(이종욱)서 김현수 1타점 적시타

<7회 초> 롯데 1-1 두산
롯데 1사 1·2루(황재균·용덕한)서 문규현 동점 적시타

<7회 초> 롯데 1-1 두산
두산 홍상삼 1사 만루 역전 위기서 조성환 병살 처리

<9회 초> 롯데 2-1 두산
롯데 용덕한 역전 1점 홈런

<9회 말> 롯데 2-1 두산
롯데 9회 무사 1루(민병헌) 위기에서 윤석민의 희생번트 병살 아웃 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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