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듣는 자율고 입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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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모집을 하는 2013학년도 자율형사립고(이하 자율고) 입학 경쟁이 시작됐다. 수도권 학생들이 많이 지원하는 자율고 입학담당 교사들에게 선발전형의 특징을 들었다.

용인외고 최종우 교사(입학홍보부장) - 면접 시간 길고 반영률 높아 말하기 연습 많이 해봐야

 한국외대부속용인외고는 2010년에 외국어고에서 자율고로 전환했다. 그에 맞춰 인문사회·자연과학·국제 등 3개 과정(학과)을 운영하고 있다. 국제과정은 해외 대학 진학을 준비하는 학과다. 선발전형은 총 100점 만점으로 1단계에서 내신(50점)과 서류평가(25점)로 2단계 모집인원의 2배수를 뽑은 뒤 2단계 1단계 점수와 면접(25점)으로 선발한다. 중1 내신은 반영하지 않는다. 내신은 3학년 2학기 중간고사까지 반영하며 특히 3학년2학기 중간고사 반영률이 30%에 이른다.

 합격생 사례를 보면 내신 성적이 5% 안에 들면 안정적이다. 하지만 6~15%라도 합격을 기대할 수 있다. 이 역시 학교생활에 충실했다고 판단해 서류평가를 통해 면접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5%안에 들지 않아도 합격한 사례도 있다. 대신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해 부족한 내신을 대체할 수 있는 특기·적성을 보여줘야 한다. 특히 국제과정은 서류와 면접에서 당락이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주의해야 한다.

 면접의 반영률이 높으므로 면접에 중점을 둬야 한다. 용인외고는 면접 시간이 길다. 지원자에게서 구체적인 답변을 듣고 싶어하므로 지원자들은 말하기를 연습하고 면접에 임해야 한다. 면접은 제출 서류에 대한 확인 절차다. 이를 위해 자기개발계획서엔 ▶ 용인외고에 지원한 이유 ▶ 입학 뒤 생활과 학습 계획 ▶ 졸업 뒤 진로 계획 ▶ 독서 관련 활동과 가치관 등에 대한 자신의 구체적인 이야기를 담아야 한다. 지난해 입시 경쟁률은 2.87대 1을 기록했다. 자연과학이 4대 1, 인문사회 2.8대 1, 국제 1.64대 1이었다.

상산고 손성호 교사(입학관리부장) - 수학 60점 중 3학년 1학기 30점, 봉사보다 출석 성적 더 중요

 전통적으로 수학 교육을 중시한다. 이 때문에 선발전형에서 국어·영어(각 50점)와, 사회·과학(각 40점)보다 수학(60점)의 내신 반영 점수가 가장 크다. 60점 중 특히 3학년 1학기 수학 성적 반영이 30점으로 가장 많다. 이에 따라 기초과학과 순수학문 분야에 관심이 많은 학생을 선호하며 졸업생의 의대 진학률이 높은 편이다.

 올해 입시에선 1단계에선 학교생활기록부로 선발하며 선발인원을 지난해(1.3배수)보다 많은 2배수로 늘렸다. 2단계에선 1단계 점수, 자기주도학습 평가(자기소개서·추천서), 면접 등 3개 요소로 합격자를 가린다. 학교생활기록부 평가에선 출석성적의 반영점수(30점)가 특별·봉사활동(각 10점)보다 많다.

 자기소개서와 면접에선 ▶ 우수한 학업 능력 ▶ 새로운 영역에 대한 학습 능력 ▶ 위험을 감수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 등을 평가기준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자기소개서엔 ▶ 지금까지 어떤 꿈을 갖고 학교 생활을 했는지 ▶ 무엇을 했다는 사실보다 왜 하게 됐고, 어떻게 준비했는지 ▶ 교외 활동성과보단 교내 활동 등을 부각시켜야 한다. 자기소개서의 문항은 ▶ 자기주도학습 과정과, 어려움 극복 과정 ▶ 배려·나눔·협력·타인존중·갈등관리·관계지향성·규칙준수 등 핵심인성요소에 대한 중학교에서의 활동 실적과 생각 ▶ 학업·진로·가치관에영향을 미친 독서 활동 등 3개 질문으로 구성된다. 독서 활동의 경우 꿈을 위해 자기주도적으로 선택했는지, 중학교 교과과정에 소개된 도서를 읽었는지에 평가의 무게를 둔다.

북일고 유영상 교사(입학관리부장) - 310점 만점 중 내신이 77%, 전 과목 성적 고른지 평가

 천안 북일고는 남학생만 선발한다. 한화그룹의 지원에 힘입어 진로·수준별 교육과정, 1인 1예(藝)·1체(體) 수행, 소규모 집중영어회화 수업, 해외 고교들과의 포럼 개최, 기업·대학 연구원·교수와 함께 하는 과제연구 등으로 교육과정을 정비하고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전국에서 123명을 선발하는 자기주도학습 일반 전형은 1단계에서 내신(240점 만점)과 출결(감점)로 1.5배수를 선발한 뒤 2단계에선 1단계 성적에 자기개발계획서(40점)와 면접(30점)을 합쳐 합격자를 가린다.

 총 310점 만점 중 내신 반영률이 77%로 가장 많다. 내신은 3학년 1학기까지 반영하며 3학년 반영점수가 18점으로 가장 높다. 교과별 배점이 국어·영어·수학이 각 60점, 사회·과학 각 30점이어서 전 교과 성적을 고르게 유지했느냐가 관건이다. 면접에서 ▶ 얼마나 강한 목표인식을 갖고 ▶ 진로를 일관성 있게 ▶ 자기 힘으로 준비했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2010년엔 해외 대학을 준비하는 국제과를 신설, 미국 아이비리그 출신 석·박사 교사들을 초빙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국제과는 국어·국사·음악·미술·체육을 뺀 모든 수업을 영어로 진행한다. 국어(40점)·영어(60점)·수학(60점)·사회(30점)·과학(50점) 내신 성적, 자기개발계획서(60점), 출결(감점) 등으로 모집정원(30명)의 3배수를 뽑는다. 교과 반영점수가 일반 전형에 비해 국어는 낮고 과학은 높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2단계에선 1단계 성적과 면접으로 당락을 결정한다. 유학 경험을 가진 지원자가 많으므로 차별화된 특기를 나타내는 지원전략이 필요하다.

교원 교육연구소 유태성 교육연구팀장 - 일관성 있는 자기주도 학습, 경험과 미래 설계도 내세워라

 자율고·특목고를 지원할 땐 대학입시의 예행연습, 더 나아가 미래 진학·진로를 설계하기 위한 전초전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 지난 3년 동안 200여명의 진학을 상담한 결과 진로 탐색이 진학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을 알게 됐다. 즉 자신에게 맞는 고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 고교 선택 방법으로 규정(Rule)과 과정(Process)을 권하고 싶다. 규정이란 각 고교들이 제시하는 입시요강, 인재상 등 입학에 필요한 정보다. 과정은 ▶ 자신의 목표를 구체적으로 설정하고 ▶ 그에 맞는 고교를 선택하며 ▶ 포트폴리오를 구축 ▶ 자기개발계획서를 작성하면서 ▶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의 힘으로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선발전형의 요소들이라는 점에 앞서, 과정 그 자체가 학생의 향후 진학·진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 초점을 둬야 한다.

 자율고·특목고 자기주도학습 전형을 준비하는 과정은 자신의 전략적 요소 알기→지원 고교 입시 정보 파악→포트폴리오 뼈대 만들기→포트폴리오 구성→자기개발계획서 작성→면접 준비 등 총 6단계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 자율고·특목고 입시는 자기주도적인 학습경험과 미래설계를 요구하므로 일관성·연계성·지속성·목적성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자기개발계획서를 가다듬어야 한다. 이에 필요한 절차가 포트폴리오 작성인 것이다.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땐 먼저 목차를 만든다. 목차엔 적성검사 결과, 꿈을 가진 계기, 꿈을 이루기 위한 노력, 꿈과 관련해 닮고 싶은 인물 등을 적는다. 이어 자신에 대한 학업능력·성격·적성 등의 장·단점을 분석한다. 이후 이를 보완하기 위해 어떤 학업과 활동을 할지 전략을 짠다. 미래 직업과 목표, 지원할 고교와의 연관성, 지원하는 고교의 교육 특징(교육프로그램, 동아리 등)을 분석하는 것이다. 이어 포트폴리오와 고교 정보의 연계성을 찾는다면 자신을 부각시키는 설득력 있는 지원서류를 작성할 수 있을 것이다.

<글=박정식 기자 tangopark@joongang.co.kr, 사진="교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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