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학 CEO칼럼] 나는 잘리지 않았습니다, - 1234승57무1036패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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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나를 완성시켜, 당신이 없으면 난 내가 아니야”
(You complete me. I am not what I am without you.")

1996년 톰크루즈가 스포츠 에이전트로 주연한 ‘제리 맥과이어’ (Jerry McGuire, 감독 카메론 크로우) 영화 후반부에 제리가 사랑하는 여인 도로시(르네 젤위거)에게 진심을 담아 고백한 말이다.

전 세계 70억명의 인구 중에서 나를 진정한 나로 만들어주고 채워줄 수 있는 한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행운이다. 공포의 외인구단 만화에서나 있을 법한 냉철한 프로 야구세계에서 잘렸거나,부상경력이 있거나,아예 프로구단에 입단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이같은 행운을 선사하는 사람이 있다.

나이 70세. 프로야구 경력 31년,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이기고 지는 승패수는 통산 1234승57무 1036패. 절반쯤 이기고 절반쯤 졌다고 해도 약팀을 맡아 강팀으로 변모시켜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어,프로야구 감독가운데 러브콜 1순위 감독으로 야구의 신이라 불리는 김성근 감독.

눈 앞에 1000만 야구 관중 시대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수억원의 연봉을 보장받는 김성근 감독이지만 ,그가 고교감독 감독시절부터 최근 SK 감독을 그만두기까지 12번이나 해임됐다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SK에서 4년간 3차례나 우승했지만, 원칙주의자인 그는 구단과의 마찰로 잘렸다.

그리고 그가 한 선택은 프로야구가 아닌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구단주 허민)를 맡은 것이다. 프로야구 2군 퓨처스 리그와 경기를 하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사회인 야구팀이다. 그것은 야구의 신(야신)이 스케치한 마지막 야구이자, 모퉁이 인생의 갈무리였다.

31년 프로 야구 역사를 통틀어 위기를 극복하는 가장 탁원한 능력을 보여준 야신은 오늘도 이렇게 말한다.

“최고의 위기관리는 위기를 만들지 않는 거다. 위기가 오지 않도록 미리 준비하고 노력해야한다. 그리고 위기가 오면 최대한 짧게 끝내야 해. 그러려면 늘 정신을 바짝 차리고 뛰어야지”

그래서 오늘도 그의 공포의 외인구단 선수들은 또다른 좌절을 맛보지 않기위해 죽도록 뛰고 또 뛴다.

“난 평생 모퉁이에 서 있었지. 한 발만 물러서면 낭떨어지 아래로 떨어져 죽는다고 생각했어” - 야신 김성근 감독의 ‘이 남자가 사는 법’이다. 그래서 그는 결코 잘리지 않았다. 인생의 승부는 아직 끝나지 않았고 진행중이기 때문이다.

저마다 잘났다고 떠들기 바쁜 세상에 진정 내 부족한 점을 보듬어주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채워가면서 하나의 사랑으로 완성시켜 가는 것이 사람의 삶에서 가장 큰 성공과 행복을 거둔 CEO가 아닐까?

시작과 끝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없는 것이 인생이다. 그것이 인생의 매력이요,진정한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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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학 기자 kyh6384@naver.com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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