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신번호표시·문자메시지 무료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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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전화 사용자들이 다시 '꿈틀'하고 있다. 한국YMCA전국연맹, 모바일사용자연합(MCU) 등 25개 시민단체는 18일부터 SK텔레콤 본사 앞에서 무기한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발신번호 표시(CID)와 문자메시지 서비스(SMS)를 무료로 제공하라는 것. 현재 CID는 월 1000원 혹은 2000원이며 SMS는 건당 30원이다. 소비자의 권리찾기인가 기업의 이윤창출에 대한 발목잡기인가? '부가서비스 제값찾기 소비자 행동'을 이끌고 있는 서울 YMCA 김희경(29.사진) 간사를 19일 현장에서 만났다.

-이통사들에 요구하는 바가 CID, SMS 무료화인가?

"그렇다. 궁극적으로는 통신요금 인하다. CID 무료화 운동은 2003년 가을에도 있었다. 3개월간의 줄다리기 끝에 SKT와 KTF는 당시 월 2000원이던 CID 서비스 이용료를 1000원으로 인하했다. 당시 소비자들의 호응은 폭발적이었다. 'CID는 설비를 투자해 새롭게 개발한 서비스가 아니라 처음부터 제공 가능한 것이었다'라는 이통사 근무자들의 내부고발도 이어졌다."

-왜 현재의 CID 요금이 부당하다고 보나?

"휴대전화에 음성사서함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것처럼 CID도 별도의 비용 및 설비투자가 없는 기본 서비스다. 원래 보이던 것을 개인정보 보호 차원에서 차단했다. 법이 개정되면서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게 됐을 뿐 새로 개발한 것은 아니다. 현재 휴대전화 가입자(3천700만명)의 90% 이상이 이용하는 CID서비스는 이통통신업체가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고도 지난해 3천700억원의 수익을 올린 대표적인 서비스다. 대부분의 외국 통신업체들은 무료로 CID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SMS는 왜 무료화해야 한다고 보나?

"SMS의 경우, 서비스 초창기에는 무료로 제공하다가 요금을 10원, 20원, 30원으로 점차 인상했다. 그러나 마케팅비를 포함한 추정원가는 3원 미만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며, 통신사들끼리 타사통신망 사용비용으로 내는 것은 건당 8원에 불과하다. SMS 송수신 역시 기본적으로 구축된 음성통화용 신호망을 이용하므로 별도의 통신망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 별도의 장비나 시설 투자 없이 업체들이 손쉽게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만 해도 이용자들은 총 4천60억원의 요금을 지불했다. 더구나 대부분의 요금이 이용량이 늘면 가격이 내려가고 있지만 SMS 요금은 이용량 급증에도 불구하고 점점 인상되고 있다."

-비싸면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반론에 대해서는?

"이동통신 시장은 일종의 독과점 시장이다. 우리나라의 통신정책 기조가 이동통신사들에 의해 좌우되는 면도 많다. 공짜로 해달라는 떼쓰기가 아니다. 독과점 시장에서 내가 내는 비용이 어떻게 산출됐고 얼마나 내는게 합당한지 따지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다. KT의 경우 올봄 유선전화 문자메시지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건당 30원으로 요금을 책정했다. 최근 가입자가 늘었다고 요금을 건당 15원으로 인하했다."

-정부 반응은 어떤가?

"정보통신부는 부가서비스 인하가 아니라 기본료 인하가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원론적 수준의 답변을 내놓았다."

-향후 계획은?

"다음달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상임위에서 열리는 공청회에 패널로 참여할 계획이다. 또한 이들 서비스에 대한 이통사들의 요금담합이 있었는지도 검토중이다. 제도적으로 하자가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여론의 호응이 관건이다. 이통사들의 하반기 요금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겠다."

이날 1인 시위(오전 11시 50분~오후 12시 30분)에는 김태현(37.회사원) 씨가 참여했다. 그는 "거대한 이통사에 맞선 개인으로서 승산이 있는지를 따지지는 않는다. 시민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이통사측에서도 가계부담을 고려해 조금이라도 성의있는 반응을 보여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CID는 전화구성상 들어가 있는 요건 중 하나다. 그렇다고 해서 무료로 제공돼야 하느냐는 별개의 문제다. 외국도 나라별로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SMS의 경우엔 현재 무료로 제공하는 나라가 한 곳도 없다"고 말했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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