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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당기는데 불면증 걱정된다면… 치커리차!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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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1호 18면

저녁 때 커피 한 잔만 마셔도 잠이 잘 오지 않을 만큼 카페인에 민감한 사람에겐 치커리차가 대안이 될 수 있다.
치커리(chicory)는 유럽인에게 한국인의 배추만큼 친숙한 존재다. 요즘은 국내에서도 고기 먹을 때 상추쌈 대신 치커리쌈을 먹는 사람이 자주 눈에 띈다. 치커리와 닮은 엔다이브(endive)라는 채소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박태균의 식품이야기

치커리와 엔다이브는 엄연히 다르지만 같은 식물로 오인하는 사람들이 많다. 미국인들은 둘 다 치커리라고 부른다.
치커리는 꽃상추 등 여러 채소를 아우르는 상위 개념으로 엔다이브도 치커리의 일종이다.

엔다이브는 녹색이 선명한 ‘컬리 엔다이브’와 색이 바랜 듯한 ‘벨지언 엔다이브’로 분류된다. 흔히 치커리라고 부르는 것이 컬리 엔다이브, 엔다이브는 벨지언 엔다이브를 가리킨다. 치커리는 생김새가 파마머리 같다고 하여 ‘컬리(curly, 곱슬곱슬하다는 뜻)’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1830년 벨기에의 한 원예학자가 치커리를 빛이 들지 않은 어두운 장소에 보관했다. 햇볕을 받지 못한 치커리의 잎 색깔이 크림색을 띠었으며, 그 후 벨기에 사람이 발견했다고 해서 벨지언(Belgian) 엔다이브라고 명명됐다.

국화과 식물인 치커리는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다.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들도 즐겨 먹었다. 19세기 유럽에서 치커리 재배가 급증한 것은 말린 치커리 뿌리를 볶아 커피 대용품이나 커피 첨가물로 사용하기 위해서였다. 말린 치커리 뿌리를 150도에서 10분간 볶으면 연한 갈색과 구수한 향을 내는 치커리차가 완성된다.
치커리차는 맛이 커피와 비슷한 데다 카페인 함량이 커피보다 훨씬 낮은 것이 매력이다. 치커리 추출물을 커피에 타면 커피 맛이 부드러워지고 자극성이 완화된다.

우유에 첨가하면 우유만 마셨을 때보다 소화가 4배나 잘된다는 것도 치커리의 숨은 매력이다. 치커리를 첨가하면 우유의 단백질인 카세인이 위(胃)에서 작은 덩어리를 형성해 더 쉽게 소화되는 것이다.

또 치커리에 풍부한 식이섬유·올리고당은 장(腸) 안에서 유산균 등 유익한 세균들의 훌륭한 먹이가 돼 준다. 치커리 섭취를 늘리면 장에서 비피더스균·락토바실러스균 등 유산균의 숫자가 크게 증가하는 것이 확인됐다.

치커리는 열량이 낮아 다이어트 중인 사람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100g당 열량이 잎은 13㎉, 뿌리는 73㎉에 불과하다. 탄수화물 함량은 잎(100g당 2.7g)보다 뿌리(19.5g)에 더 많이 들어 있다. 단백질·지방은 별로 없다. 녹색 치커리엔 베타카로틴·비타민 B2·비타민 C·비타민 E·엽산 등 비타민과 칼륨(혈압 조절)·철분(빈혈 예방)·칼슘(뼈 건강 유지)·마그네슘 등 미네랄이 풍부하다.

잎·줄기는 쌈·샐러드 등의 재료로 흔히 이용된다. 뿌리는 대개 커피 대용차의 원료로 쓰인다.

뿌리엔 다당류의 일종인 이눌린(inulin)이 풍부하다. 이눌린은 혈당을 서서히 오르내리게 해 당뇨병 환자에게 이롭다, 건조시킨 것이 볶은 것보다 혈당 감소 효과가 큰 것으로 밝혀졌다. 국내에선 ‘씨 없는 수박’을 만든 우장춘 박사가 1950년에 치커리를 시험 재배했으나 실패했다. 그 후 64년 강원도 인제에서 처음 재배되기 시작했다. 엔다이브는 재배할 때 많은 일손이 필요해 비싼 채소다. 최근 국내에서도 재배에 성공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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