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야구] 부활하는 기요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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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요하라만 여름방학이 아니네요." 요미우리 나가시마 감독의 말처럼 6월 지독한 타격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요미우리에 기요하라 가즈히로(34)는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요미우리에겐 기요하라가 없는 6월이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로 이번달 그의 활약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기요하라는 6월에만 2게임에서 5개의 홈런을 기록한 것을 비롯, 총 7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며 팀 타선을 리드하고 있다. 특히 기요하라는 이달 요미우리의 7연패와 3연패를 끊어주는 결정적인 역할을 해줘 그의 활약은 더욱 돋보였다.

기요하라는 24일 벌어진 요코하마와의 홈경기에서 4회말 고미야마로부터 투런홈런(시즌16호)을 뽑아내 일본프로야구 사상 7번째로 센트럴, 퍼시픽 양리그에서 100홈런을 기록한 선수가 되었다. 이로써 개인통산 429홈런을 기록하게 된 기요하라는 통산 427홈런의 아키야마(다이에)와의 차를 2개로 벌리며 현역 최다홈런타자로서의 입지를 굳혀나가기 시작했다.

이렇듯 올시즌은 요미우리 타선의 핵으로 군림하고 있는 기요하라지만 지난해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끝난 선수나 다름없는 취급을 받았었다.

97년 초미의 관심을 모으며 FA를 행사해 세이부에서 요미우리로 이적한 기요하라는 이후 거듭된 부진과 부상으로 팬들에게 실망을 주었다. 이런 그의 부진은 해가 갈수록 심해져 특히 99년엔 역대 최악의 성적을 보이며 요미우리 우승실패의 '전범'이란 비난까지 감수해야했었고, 그나마 2000년엔 부상으로 아예 2군에서 시즌을 스타트해야만 했다.

그러나 기요하라는 그대로 주저앉지 않았다. 지난해 올스타전 즈음할 무렵 1군에 복귀한 기요하라는 대타로 등장한 2000시즌 첫 타석을 홈런으로 장식하며 '그답게' 돌아왔다. 이후 400호홈런을 쏘아올리는 등, 타격 페이스를 되찾기 시작한 기요하라는 15년연속으로 출전한 올스타전에서 MVP에 오른 기세를 후반기까지 살려나가며 요미우리 우승에도 일조했다.

그리고 올해도 기요하라의 불꽃은 여전히 살아있다. 현재 센트럴리그 홈런 3위, 타점 1위의 활약을 보이며 전성기 세이부 시절 보여주었던 클러치히터의 모습을 재현해내고 있다. 데뷔 이래 줄곧 일본야구를 대표하는 타자로 군림하면서도 16년 동안 단 한번도 타이틀을 거머쥐지 못한 한을 풀 기세다.

비록 현재 삼진 1위, 병살타 1위란 기록에서 보듯 아직도 팀베팅이나 정교함에선 미숙함을 드러내곤 있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그의 활약은 공(功)이 과(過)를 덮을만한 것임에 분명하다.

또한 기요하라는 6월초부터 왼쪽무릎이 계속 좋지 못한 상황에서도 진통주사를 맞고 경기 출장을 강행하는듯 한결 성숙해진 정신력을 보이며 사실상 팀 리더의 역할까지 해주고 있다.

이렇게 기요하라가 인상적인 활약을 거듭하자 팀내 그의 위상도 달라지고 있는 느낌이다. 나가시마 감독은 물론, 독설로 소문난 요미우리 와타나베 구단주도 최근 "(올해로 계약이 만료되는 기요하라를) 절대적으로 붙잡아 두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발언을 하며 그의 가치를 인정했다.

이미 시즌전부터 기요하라는 요미우리와의 계약기간이 끝나는 5년째가 되는 올해, 프로최고의 성적을 남기겠다는 각오를 밝힌 바 있었다. 그리고 그의 계획대로 그는 올시즌 개인 최고의 성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과연 기요하라가 올시즌 그의 바램대로 요미우리의 재팬시리즈 2연패를 이룩하며 '세이부의 제왕'에 이어 '요미우리의 제왕'으로 거듭날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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