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켄달 '포수냐 외야수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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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 피츠버그와 6년간 6000만불의 연장계약안에 사인을 했던 켄달은 역시 6년간 4500만불의 액수에 재계약했던 브라이언 자일스와 함께 팀을 이끌 프랜차이즈 스타로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었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좋은 수비력과 정확한 타격으로 '내셔널리그의 퍼지'로 점찍는 사람들도 많았다.

PNC파크의 개장과 더불어서 해적군단의 리더로서 그가 선택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나 올시즌 켄달의 성적을 살펴보면 형편없다.

6월 26일(한국시간) 현재 그는 .257의 타율과 4개의 홈런, 28개의 타점으로 자신의 기대치에 훨씬 못 미치는 성적을 올려주고 있다. 그가 홈런이나 타점을 많이 올리는 타자는 아니지만, "켄달의 포지션이 포수가 아니었다면 타격왕 자리는 다른 선수가 노리기 힘들었을 것이다"라고 말한 토니 그윈(샌디에고 파드레스)의 안목을 의심할 정도로 정교하고 날카로운 타격은 그 힘을 잃었다. 하지만 피츠버그의 신임감독인 로이드 맥클랜든의 선수기용을 이해한다면 켄달의 부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켄달은 올시즌 피츠버그가 치룬 73경기 중에서 72경기에서 출전했다. 물론 그가 야수라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지만 그가 포수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체력안배라는 측면에 있어서 켄달은 엄청난 부담을 안고 있다. 날씨가 더워지는 여름에 더욱 성적이 떨어지는 포수라는 위치를 생각해 보았을 때 그의 부진은 쉽게 나아지리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맥클랜든 감독은 지난 17일에 당한 왼쪽 엄지손가락 부상을 당한 켄달의 부상악화를 염려해서 외야수로 기용했다.

사실 피츠버그 타선은 메이저리그에서 최하위 수준의 타격을 가진 팀이다. 실제로 피츠버그는 타율(.247), 장타율(.388), 득점(305)에서 모두 내셔널리그 최하위를 달리고 있다. 더구나 켄달이 빠진 피츠버그 타선은 생각할 수 없기에 그를 야수로 출전시키는 모험을 강행하면서까지 그를 거의 모든 경기에서 출장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타격시에 있어서 우타자의 왼손이 받는 충격으로 인해서 부상이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과 포수가 포지션 변경을 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시험하는 포지션이 외야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순히 부상으로 인한 포지션 변경으로만 생각하기에는 뭔가 이상하다.

물론 마이너리그에 있는 팀내 최고유망주인 J,R. 하우스의 포수입성을 위한 수순으로 켄달을 외야수로 돌리려는 생각을 맥클랜던은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우스는 작년 싱글A 사우스 애틀랜틱 리그에서 .348 23홈런 90타점의 놀라운 성적을 올려주면서 올시즌 퓨쳐스 게임에 당당히 그 이름을 올려놓았다.

그는 제2의 피아자라는 평가가 어울릴 정도로 포수포지션을 고집한다. 켄달을 외야로 옮김으로써 그의 타격을 살리고, 한편으로는 하우스의 포수입성을 통한 타선의 짜임새를 꾀하려는 것이 바로 맥클랜던의 계획인 것이다.

실제로 포수에서 다른 포지션으로 전업해서 성공한 선수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크레이그 비지오(휴스턴 애스트로스)는 2루로 자리를 옮긴 뒤부터 내셔널리그 최고의 1번타자로서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마이크 스위니(캔사스시티 로열스)는 1루로 포지션을 변경한 이후부터 아메리칸리그에서 손꼽히는 클러치히터로 성장했다.

켄달이 외야수로 나온 경기에서 예전의 정교한 타격이 살아나고 있다는 것과 켄달 또한 앞의 두 선수와 같이 포수치고는 상당히 빠른 발과 야구센스를 갖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켄달의 포지션변경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피츠버그 팬들은 켄달의 포지션변경에 대해서는 상당히 회의적이다. 회의적일 수밖에 없는 첫번째 이유는 현재 피츠버그의 투수진이 그다지 뛰어나지 못하다는 점이다. 올시즌 팀방어율 5점대로 내셔널리그에서도 최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수비력이 뛰어난 켄달 대신 다른 포수를 선택한다는 것은 모험일 수밖에 없다.
특히 켄달이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안정되고 빠른 움직임으로써 투수들에게 안정감을 부여한다는 것은 보이지않는 플러스 요인이었다. 그러나 미래의 마스크를 예약한 하우스의 수비력은 피아자보다 나을 것이 없다.

두번째는 그를 야수로 쓰기에는 그의 몸값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서 켄달은 포수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LA 다저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으로부터 트레이드 1순위 선수로 그 이름을 올려놓았다. 또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고향선수를 다른 팀에 뺏기지 않겠다는 이유로 그를 붙잡기 위해서 고향친구를 이용하는 방법까지 동원하면서 켄달을 차지하기 위한 노력을 펼쳤다. 물론 그 이유는 내셔널리그에서 보기드문 만능포수이기 때문이다. 피츠버그도 재정상의 빈약함을 딛고 6년간 6000만불을 준 이유도 이와 같다.

그가 야수로 전업을 하게 된다면 그는 포수로서 가지던 메리트를 잃게 된다. 물론 켄달의 타격재능은 체력부담이 많았던 포수보다는 다른 포지션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전문가들의 기대치만큼 3할이 넘는 타율에 20홈런 90타점을 기록한다 할지라도 야수로서 그에게 연간 1000만불을 지불할 정도로 피츠버그는 구단살림이 여유있는 팀이 아니다. 3할에 30홈런 100타점을 매년 기대하는 브라이언 자일스에게도 피츠버그는 연간 750만불을 보장했을 뿐이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다른 팀들의 끊임없는 러브콜을 받고서도 소속팀에 잔류한 켄달은 올시즌 부진한 팀성적과 체력적 부담, 그리고 다른 포지션에서의 가능성에 대한 시험 등 수많은 악재로 예전의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는 지금 계약서에 사인한 자기자신을 원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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