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실투와 상대 호수비에 운 박찬호

중앙일보

입력

박찬호가 실투와 상대의 호수비에 고개를 떨구었다.

박찬호가 이날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7이닝 동안 허용한 안타는 4개. 볼넷도 1개 만을 내주는 내용적으로는 빼어난 피칭을 했지만 실점은 3점이나 허용했다.

자이언츠 타자들이 찬스를 적절히 살려낸 점도 있겠지만 여기에는 박선수의 실투가 크게 작용했다.

1회 두명의 타자를 연속 삼진으로 잡아내며 쾌조의 출발을 보인 박선수는 배리 본즈를 볼넷으로 내보내면서 위기를 자초했다. 후속타자 제프 켄트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2사 1,2루의 위기를 맞았고 여기서 아만도 리오스에게 2구째 몸쪽 높은 직구를 던지다 우측 펜스 상단을 맞추는 큼지막한 2타점 2루타를 허용했다.

홈런이 안된 게 다행일 만큼 치기 적당한 볼이 실점 위기상황에서 구사된 것이다.

박선수는 4회 폴 로두카의 홈런으로 2-2 동점이 된 상황에서 맞은 4회말에도 실투 하나에 울었다. 4번 타자 켄트에게 볼카운트 원스트라이크에서 바깥쪽으로 던진 밋밋한 변화구가 통타 당해 역전 좌월솔로홈런을 허용했다.

상대타율 1할대로 박선수에게는 극히 저조한 타율을 보이고 있는 켄트에게 2연속 안타를 맞았고 결국 이날 허용한 3실점의 빌미를 제공하게 됐다.

투수는 실투율이 1할만 되도 특급투수라고 한다. 이날 박선수가 기록한 투구수는 93개. 사사구가 1개뿐인 것처럼 전반적으로 제구력이 뒷받침되었지만 몇 개 안되는 실투가 곧바로 통타 당해 패배의 쓴잔을 마셔야했다.

자이언츠는 박찬호의 실투를 잘 받아치기도 했지만 수비에서도 호수비로 다저스 공격의 맥을 끊었다.

다저스가 2-1로 역전 당해 맞은 2회초 무사 1루에서 알렉스 코라가 친 타구를 자이언츠의 중견수 캘빈 머레이가 20여미터를 쫒아가 다이빙캐치해서 잡아냈다. 이 수비가 컸다. 초반 제구가 되지 않은 자이언츠 선발 마크 가드너를 일찍 끌어내릴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수비 하나로 자이언츠는 팽팽한 경기흐름을 이어나가게 됐다.

3-2로 뒤진 6회초에도 게리 셰필드가 선두타자로 나와 직선타구를 쳐냈지만 자이언츠 3루수 라몬 마르티네스가 호수비로 잡아내 추격 의지에 찬물을 끼얹었다.

반면 1회말 2사 1,2루의 위기에서 숀 그린은 리오스의 타구를 펜스플레이하다가 펌블했고 중계플레이 요원인 2루수 이람 보카치카의 송구도 나빠 1실점으로 막을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장기레이스를 효과적으로 풀어나기기 위해서 수비력은 아주 중요한 요소이다.

지난 21일 애리조나전에서 어이없는 수비로 대량실점의 빌미를 제공한 중견수 톰 굿윈의 수비, 그린·보카치카의 이날 보이지 않는 실책이 2회말 머레이가 보여준 호수비와 절묘히 대조돼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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