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통신 구조조정 파장 예상

중앙일보

입력

한국통신이 지난해 물러난 사장을 경영고문에 임명, 억대의 연봉을 제공하고 수억원짜리 사무실을 사 제공한 사실이 정부의 공기업 실태조사에서 나타났다.

한국통신은 특히 올해 안에 1천6백명을 감원키로 정부와 약속하고 최근 114서비스 안내를 분사하는 등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 중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조사 결과 한국통신은 지난해 12월 사임한 이계철(李啓徹)사장을 올 1월 1일자로 '경영 고문' 에 임명했다.

회사측은 李고문의 연봉을 1억6천8백만원으로 해 1년간 계약했다.

또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소재 31평형 최고급 오피스텔 두 채를 4억원에 구입, 李고문이 사무실로 쓰도록 했다.

李고문에게는 사장 재직 중 타던 고급 승용차를 그대로 제공했으며, 기사와 여비서의 월급도 전액 회사가 지원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부 관계자는 "연봉에 오피스텔 구입비 및 사무실 집기 구입 비용 등을 합하면 한국통신이 연간 7억원 가량을 李고문 몫으로 지출하고 있는 셈" 이라고 밝혔다.

앞서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한국통신 등 모든 공기업에 "법률과 세무 등 업무상 반드시 필요한 고문을 제외한 나머지 고문직은 모두 없애라" 고 통보한 바 있어 한국통신이 감사원의 지침을 어기며 고문을 위촉했다는 비난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특히 李씨를 경영 고문으로 위촉하는 방안이 지난해 12월 李씨가 한국통신에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결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통신의 한 간부는 "회사 발전을 위해 李전사장의 노하우가 필요해 고문으로 영입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한국통신 박희권 인사팀장은 " '경영 고문' 이라는 직책은 지난해까지 없었으며 올해 신설한 것으로 안다" 고 밝혔다.

한국통신 노조 관계자는 "올 상반기에만 희망퇴직 등을 통해 1천명 이상을 감원했으며 일부 직원은 지방발령 등으로 사실상 강제퇴직까지 시키고 있는 상황" 이라면서 "퇴임한 사장을 수억원씩 들여 경영고문으로 모시면서 하위직에만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고 주장했다.

다른 한국통신 직원도 "사무실을 사내에도 마련할 수 있는데 굳이 서울 강남에 4억원이나 주고 구입해 제공한 것은 이해가 안된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회사 인력관리실 관계자는 "李전임 사장을 경영고문에 위촉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피스텔 구입과 억대 연봉에 대해서는 아는 바 없다" 고 밝혔다.

이계철씨는 정통부 차관을 역임한 뒤 1997년 11월 한국통신 초대 공채 사장에 선임돼 지난해 말까지 3년여동안 근무했다.

전진배 기자 allonsy@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