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신용보증기금 변칙증자 의혹

중앙일보

입력

한나라당이 24일 지난 4월의 신용보증기금(신보) 증자(增資)에 관한 두가지 문제점을 제기했다.

우선 신보가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으로부터 출자받은 돈 7천억원을 무이자로 12년간이나 재대출해준 거래행태.

다음은 산업은행으로부터 2년 거치 10년 상환조건으로 빌린 중진공의 출자금 상환을 진념 재경부장관 이름으로 "재정에서 마련해주겠다" 고 약속한 점이다.

한나라당은 "편법거래로 늘어난 신보의 보증한도를 현대그룹 지원에 집중 사용했다" 며 "현대에 대한 변칙지원에 국가금융기관까지 동원한 것" 이라고 주장했다.

◇ "민간엔 금지된 편법 정부가 활용" =이한구(李漢久)의원은 "상법상 '자본충실의 원리' 에 따라 민간기업들엔 금지한 '가공(架空)증자' 를 정부가 활용했다" 고 지적했다. 그는 "민간기업이 출자한 돈을 무이자로 빌려쓰면 명백한 부당내부거래로 걸린다" 고 덧붙였다.

李의원은 "중진공이 산은으로부터 빌린 7천억원은 2년 후부터 상환이 돌아온다" 며 "재경부가 국회나 국민 허락도 없이 공문을 보내 '재정출연을 통해 갚아주겠다' 고 약속한 것은 정부의 도덕성을 의심케 한다" 고 공격했다.

◇ "현대보증으로 신보부실 불가피" =李의원은 회사채 신속인수제 도입 후 신용보증기금이 현대에 지원한 규모를 들며 "현대에 대한 특혜지원"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신보가 보증을 선 현대회사채 6천8백88억원 외에 산은이 아직 갖고 있는 회사채(4천1백28억원) 중 상당부분도 현대 회사채로 인수자가 나타나면 신보가 추가로 보증을 해야 할 부분"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현대건설 CB(전환사채) 7천5백억원에 대해서도 진념 장관이 또다시 '정부가 처리해준다' 고 약속했다" 며 "이 부분까지 신보가 보증할 경우 신보의 부실은 뻔한 것" 이라고 말했다.

◇ 재경부 입장=재경부 관계자는 "당시 산업은행이 중진공에 7천억원을 빌려주고 중진공이 이 돈을 신용보증기금에 출연토록 한 것은 재정에서 일시에 7천억원을 신보에 출연할 수 없었기 때문" 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보가 7천억원을 중진공에 10년간 무이자로 대출해준 것은 중진공이 이 돈을 굴려 산업은행 차입금 이자 등을 갚고, 신보가 기업 부도로 대위변제를 할 경우 언제라도 가져다 쓸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 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부가 중진공이 출연금을 떼일 경우 재정에서 보전하겠다고 한 것은 어차피 정부가 출연해야 할 돈 7천억원을 10년 간에 걸쳐 나눠서 집어 넣겠다는 것과 같다" 고 주장했다.

송상훈.이수호 기자 hodor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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