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nter>"전 지점의 행원 이름 모두 외우는 노력도"</center>

중앙일보

입력

"보람은행과 합병하기 전까지는 전 지점의 행원 이름과 얼굴을 모두 외웠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노력해도 잘 안됩니다. 그만큼 우리 은행이 커졌다는 얘기겠지요. "

25일 창립 30주년을 맞은 하나은행 김승유(金勝猶.사진)행장의 소감이다. 단자회사인 한국투자금융으로 출발, 작지만 우량은행이라는 이미지의 하나은행은 이제 자산규모 등으로 볼 때 5대 메이저 은행 대열에 섰다.

최근 은행 광고에서 '참 잘컸다' 는 광고 카피를 내세운 것도 고객에게 대형 우량은행으로 성장했다는 이미지를 심기 위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말 한미은행과의 합병 무산 이후 하나은행은 당분간 독자 생존의 길을 걷기로 했다. 金행장은 "현재로선 합병 계획이 없다" 며 "지난해 경험을 통해 합병은 쉬운 게 아니며 기업문화 통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고 말했다.

대신 하나은행은 올해 안에 하나은행 지분의 20~25%를 매각하는 방식으로 외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단 외자유치 대상은 단기 투자이익을 노리는 펀드가 아닌 선진 금융기법을 배울 수 있는 금융기관으로 제한할 방침이다. 단기 펀드의 경우 돈을 끌어들이긴 쉽지만 은행의 장기적 발전에는 관심이 덜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 주가가 최소한 1만2천원에 올라서는 시점에서 외자 유치를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하나은행의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주당 순자산가치가 1만2천원선인 점을 고려할 때 여전히 저평가됐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말 합병무산 뒤 은행의 내재가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5월 말 현재 영업이익은 지난해보다 90% 신장한 4천6백억원, 당기순이익은 일곱배 늘어난 1천3백억원이다.

자산운용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해 한때 70%였던 대기업 여신 비중을 올해 말 30%로 낮출 계획이다. 대신 중소기업 여신 비중은 지난해 말 31%에서 40%로 높이기로 했다.

金행장은 "대기업 여신 비중을 줄이는 대신 단자회사 때부터 축적한 노하우를 살려 투자은행 업무를 활발히 추진하겠다" 며 "우리 행원의 상업적 마인드와 맨파워가 합쳐지면 은행 규모에 상관없이 시장에서 상당한 경쟁력을 발휘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정철근 기자 jcom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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