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메가 SD램 올해말로 사실상 퇴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96년 국내에 첫 선을 보인 64메가 SD램이 올해말로 6년간의 전성시대를 마감하고 128메가 SD램과 256메가 SD램에 자리를 내줄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05930]는 올초 20% 수준이던 64메가 SD램의 생산비중을 연말까지 한자릿수로 낮추고 하이닉스[00660]반도체 역시 40%를 차지하던 생산비중을 단계적으로 낮춰 30%선으로 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64메가 SD램의 주력제품인 8M×8 SD램 PC100의 22일 평균거래가가 0.99달러까지 하락,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인데다 일본 도시바를 필두로 세계 반도체업계에 불어닥친 감산태풍이 국내업계의 생산감축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D램 제품의 생명주기(실리콘 사이클)를 최대 3년으로 볼 때 64메가 SD램은 수명을 다한 것으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주목할 점은 국내업계가 감산이라는 극약처방 보다는 사업포트폴리오 조정쪽으로 방향을 잡고있는 것. 이는 24시간 풀가동되는 장치산업의 특성상 감산결정이 쉽지 않다는 점도 있지만 97-98년 대대적인 감산에 나섰다 이후 경기반전에 대응하지 못해 낭패를 본 전례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경기침체가 연말까지 지속된다면 감산논의가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는게 업계의 관측이다. 하이닉스 박종섭 사장이 '세계 반도체업계가 최악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는 만큼 대응책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64메가 SD램의 퇴조로 무게중심은 자연스레 128메가 SD램과 256메가 SD램쪽으로 옮아가고 있다. 다만 128메가 SD램의 수명을 놓고는 업계내부에서도 관측이 엇갈린다. 수익구조 측면에서 128메가 SD램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256메가 SD램 위주로 생산구조가 재편되면서 내년 상반기중으로 128메가 SD램이 단명할 것이라는 예견이 있는 반면, 128메가 용량이 주로 쓰이는 DDR(Double Data Rate) SD램과 램버스 D램의 시장전망이 낙관적이라는 점에서 최소한 2년간은 전성기를 구가할 것이란 분석도 만만치 않다. 특히 하이닉스는 내년 1.4분기 펜티엄 IV에 쓰일 DDR SD램을 지원하는 칩셋을 미국 인텔사가 내놓기로 함에 따라 세계 DDR 시장의 50%를 점유한다는 목표를 정했으며 128메가 SD램의 생산비중도 50%를 고수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128메가 SD램의 생산비중을 내년에도 40-50%로 유지할 계획이다.

그러나 역시 대세는 256메가 SD램이다. 삼성전자는 올해초 10%에 불과했던 256메가 SD램의 생산비중을 최근 15%로 높인데 이어 올해말까지 27∼28%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하이닉스 역시 256메가 SD램의 생산비중을 올해말께 10% 후반대로 끌어올려 20% 수준으로 만든다는 복안이다.(서울=연합뉴스) 노효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