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경제 ‘행복 충전소’ 금융권의 유쾌한 변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01면

금융권에 ‘착한 금융’ 열풍이 불고 있다. 상생경영과 사회공헌을 강화해 추락한 신뢰를 회복하자는 움직임이다. ‘주주가치 극대화’에 치우쳤던 금융권의 경영목표도 ‘공동체의 이익 극대화’로 옮겨가는 추세다.

 ‘착한 금융’의 대상은 중산층·서민과 중소기업이다. 길어진 경기침체에 가장 고통받는 곳들이다. 금리와 수수료 인하가 이들의 전반적인 부담을 줄여주는 방법이라면 서민과 중소기업 지원, 청년창업 지원 강화는 특정계층을 겨냥한 맞춤형 지원책이다. ‘착한 금융’은 반성에서 시작됐다.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2008년 이후 금융권엔 탐욕스럽고 이기적이라는 비판이 집중됐다. 보호받고 육성돼야할 선진산업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인식은 신자유주의의 몰락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미국과 유럽에선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의 연쇄 도산과 대대적인 공적자금 수혈이 잇따랐다.

국내에서도 양도성 예금증서(CD)금리 조작 의혹과 금리 및 수수료로 폭리를 취한다는 비판이 불거졌다. 개별 회사나 상품이 아닌 금융권 전체의 도덕성과 신뢰가 의심을 받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존립 자체가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금융권에 급속히 확산됐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융의 역할에 대한 기대 자체가 효율성에서 상생으로 급속히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성과 변화를 선도하는 건 4대 금융지주사들이다. 은행·보험·증권·카드 등 대부분의 금융영역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만큼 사회적 관심과 기대가 큰 탓이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3일 지주 창립 11주년 기념사에서 “지금까지 재무적 성과를 위한 시너지에만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았나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며 고 지적했다. 단기실적을 의식해 고객보다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보자는 얘기다. 한 회장은 “미국 월가에서 보듯이 금융이 비난과 질시 대상이 되고 있다”며 “이 같은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 고객존중 철학을 바탕으로 따뜻한 금융을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어윤대 KB금융지주 회장도 평소 “세계 경제는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바뀌고 있다. 주주 뿐만 아니라 임직원과 협력업체, 소비자, 지역사회, 시민단체 등이 공유할 수 있는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번 돈을 나눠주는 사회공헌활동에 머무르지 않고 금융이 공동체의 이익을 키우는 관리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은 회사와 개인 모두의 자발적 행동을 강조한다. 그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성금 전달식에서 “1달러의 기부는 19달러의 수익을 가져오며, 무형의 사회결속 기능까지 고려할 경우 엄청난 사회·경제적 효과를 가져온다”며 “어려운 이웃을 도와야 한다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이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해 스스로 모범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6월 사회공헌활동을 “평판 관리 목적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으로서 책임을 이행해 사회와의 공유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더욱 적극적이고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으로 기업시민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해나감과 동시에, 단순 기부나 임직원들의 봉사활동을 넘어 지역사회 구성원들과의 유기적인 협업을 모색하고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