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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야구] 마쓰자카 다시보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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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자카는 건재하다: 6승(다승 6위), 선발등판 14회(1위), 투구이닝 100.2이닝(1위), 완투 4회(2위), 탈삼진 99개(1위)

마쓰자카는 거품이다: 7패(패전 1위), 방어율 4.11, 자책점 46점(2위), 피안타 82개(3위), 피홈런 12개(2위), 포볼 49개(1위), 폭투 4개(2위)

올시즌 6월 14일까지 마쓰자카 다이스케(세이부)가 올리고 있는 성적이다. 위의 기록에도 드러나듯 올해 마쓰자카는 도무지 한 투수의 성적이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극단을 달리고 있다. 기록으로 본 마쓰자카는 현재 퍼시픽리그에서 가장 스테미너가 뛰어나며 위력적인 공을 던지는 투수임과 동시에 가장 제구력이 불안하고 많이 얻어맞는 투수이기도 하다.

이런 성적을 통해 짐작이 되듯이 올시즌 마쓰자카는 경기마다 매우 심한 기복을 보이고 있다. 즉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의 투구내용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기복을 보인다는 건 다시말하면 마쓰자카가 아직도 설익었다는 것을 입증한다고 볼 수 있다.

당초 올시즌 전까지만 해도 마쓰자카란 존재는 그의 소속팀인 세이부는 말할것도 없고, 퍼시픽리그 전체가 주목하는 '절대적인' 대상이라 할 만했다. 그도 그럴수밖에 없는게 이치로가 떠난 자리를 메꿀 대안으로 마쓰자카만한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마쓰자카는 시범경기 내내 쾌투를 선보이며 이런 기대를 충족시켜 줄듯 했다. 특히 올해는 작년의 여러가지 아픔들(개인성적 부진, 시드니 올림픽 노메달, 음주운전 스캔들)을 겪고난 상황이었기에 성숙해진 그의 모습을 더욱 기대하게끔 했다. 무엇보다 마쓰자카 스스로 팀의 우승과 에이스로서의 자존심 회복을 자신했기에 믿음감은 더했다.

그러나 시즌 시작부터 그의 이런 각오는 오차가 나기 시작했다. 구로키(롯데)와 맞붙은 개막전에서 패배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고 시즌 스타트를 끊었던 마쓰자카는 이후 세번째 등판만에 어렵사리 첫승을 따내는데 성공했지만 이후에도 경기마다 심한 기복을 드러내며 등판때마다 승리와 패배를 널뛰었다.

그리고 그의 이런 기복심한 피칭은 6월에 접어들자 한계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작년까지 6월성적 2승 5패로 6월만 되면 부진에 빠지는 징크스가 도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쓰자카는 3일 다이에전에서 3이닝 7실점으로 무너진걸 시작으로 8일 긴데쓰전에서도 4이닝 5실점으로 부진하며 패전의 멍에를 짊어져야만 했다.

이런 거듭된 부진 만회를 위해 단단히 벼르고 나온 13일 오릭스전에서 마쓰자카는 자신의 프로입단후 최다투구수인 171구를 던지며 완투, 연패탈출에 강한 열망을 보였지만 결과는 또다시 패배, 3연패에 빠지며 5할승률 밑(6승 7패)으로 가라앉고 말았다.

이렇듯 에이스가 경기마다 들쑥날쑥한 피칭을 연발하며 제몫을 못해주는 탓에 소속팀인 세이부 역시 줄곧 승률 5할언저리에서만 맴돌뿐 선두권으로 치고 나가질 못하며 중위권에서 답보상태에 빠져있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그간 마쓰자카가 과대평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는게 사실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쓰자카의 방어율이 저조하고, 실점이 많다는건 마쓰자카 거품론을 더욱 증폭시킨다. 더군다나 아직도 그는 이기는 경기와 지는 경기의 차가 워낙 크고, 한 경기안에서도 고비를 잘 넘기지 못하고 대량실점하는 경기가 속출하는 등, 경기 운영능력에서도 미숙함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의 이런 모습에서 마쓰자카가 과연 퍼시픽을 대표할만한 투수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드는것도 사실이다. 이번 올스타 투표에서 구로키에게 밀리는게 이런 회의론의 한 단면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마쓰자카는 일본야구를 이끌어갈 재목임에 틀림없다는 것 또한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다. 그의 압도적으로 많은 탈삼진수(2위 가도쿠라와 30개차)나 탁월한 완투능력에서 알 수 있듯 공의 위력자체는 여전하기 때문이다.

마쓰자카는 150km를 웃도는 직구와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150개이상 던질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는 정말 몇안되는 투수 중의 하나이다. 또한 21살이란 그의 나이는 아직도 그가 더욱 발전할 여지가 충분히 남아있다는 잠재력을 입증해준다.

어쨌건 지금 분명한 건 마쓰자카가 부진과 불운이 겹치며 6월 슬럼프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와중에 그를 보는 시선도 예전만 못한 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마쓰자카를 거품으로 속단하기엔 너무 이른 감이 있다. 왜냐하면 그는 아직 완성품이 아닌 만들어지고 있는 투수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분명 마쓰자카는 일본최고의 투수가 될수 있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그가 이나오 가즈히사나 히가시오 오사무같은 대투수로 완성될지 아니면 허울만 좋았던 반짝스타로 전락할지, 괴물은 지금 귀로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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