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극 '그 여자네 집' 갈수록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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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아내나 엄마가 되기보다 일로 성공을 거두고 싶었다. 외모도 남부럽지 않고 성공을 위해 필요하다면 자신의 여성적인 매력을 이용할 용기도 있다.

혼전임에도 사랑하는 사람과 주말마다 잠자리를 같이 하고도 윤리적으로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

하지만 결정적인 국면에선 쉽게 물러선다. 조건으로 따지면 그녀의 연인도 외모와 학벌에선 뒤지지 않았다. 경제력이 문제였다.

2년간 몰래 한 열애를 부모에게 들키자 체면을 따지는 부모를 위해 그녀는 헤어지기로 작정한다. 그렇다고 그 남자를 쉽게 잊지도 못하고 술에 취해 눈물만 흘릴 뿐이다.

MBC 주말극 '그 여자네 집' (연출 박종.극본 김정수) 에 나오는 여주인공 영욱(김남주) 의 캐릭터다.

요즘 영욱은 20대 여성들 사이에서 "우리 모습과 고민을 현실감있게 반영했다" 는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시청률이 이를 입증한다. 지난 4월 28일 첫 방송을 시작한 후 12회까지 평균 시청률은 21.8%(TNS 미디어 코리아) . 20대 여성의 경우 점유율이 58.7%다. 이 시간에 TV를 본 20대 여성의 절반 이상이 '그 여자네 집' 을 봤다는 뜻이다.

사랑을 황홀한 감정의 측면으로만 다루는 트렌디물과 달리 극중 영욱과 태주의 사랑은 둘이 함께 밥을 지어 먹고, 잠자리에 함께 드는 등 정서적 안정으로 묘사된다.

희생과 헌신은 결혼한 뒤 시부모와 한 집에 살 것인가 말 것인가, 결혼 반지를 보석 디자이너인 친구에게 맞출 것인가 아니면 시어머니의 뜻에 따라 재래 시장의 보석상에서 살 것인가의 문제가 된다.

이제까지 도도하고 빈틈없어 보이는 현대 여성 역을 도맡았던 김남주의 성공적인 연기 변신도 한몫 했다.

김남주는 "지금 내 성격과 너무나 비슷해 이제까지 맡아본 배역중 가장 연기하기 편하고 재미있다" 고 말했다

박종 PD는 "영욱은 잘 나고 욕심도 많지만 때에 따라 시부모 앞에서 상냥한 체 하고 타협할 줄도 아는 여자다. 그런 양면성에 여성들이 자기의 모습을 떠올리는 것 같다" 고 설명했다.

'그 여자네 집' 은 이제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부모의 반대 앞에 결혼을 포기했던 두 사람은 "이렇게 해 놓고 내 딸 거두지 않을거냐" 는 영욱 아버지(박근형) 의 태도 변화와 함께 신혼살림을 시작했다.

드라마의 줄거리를 보면 두 사람의 결혼은 사랑의 종착역이 아니라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미로의 출발점과 같다. 태주와 영욱 가족의 밀고 당기는 신경전과 머리만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남녀의 차이를 도드라지게 그릴 예정이다. 영욱과 태주는 별거에 이어 이혼에 이른다.

결말은 재결합으로 예정돼 있지만 그 과정을 지켜볼 시청자들은 그럴듯한 갈등 구조 속에 자신의 모습을 반추하게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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