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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대의 1등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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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샤일렌드라 메흐타
미국 듀크대
교육법인 교무처장

미국의 대학교육 부문 경쟁력은 막강하다. 중국 상하이자오퉁(上海交通)대가 발표한 글로벌 대학순위 20위 안에 미 대학이 17개나 들어갔다. 하버드대는 2위를 멀리 떼어놓으면서 1위에 올랐다.

 이에 대해 과거엔 미국의 경제적 번영과 많은 인구, 풍부한 연구비, 일상화된 개인 기부, 전 세계 학자들을 모으는 매력 등을 요인으로 꼽았다. 하지만 이것만으론 설명이 불충분하다. 미국은 경제 규모가 세계 최대이긴 하지만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만 차지할 뿐이다. 인구도 전 세계의 12분의 1 정도다. 연구 지원도 미국만 풍부한 게 아니다.

 미 대학교육의 저력은 사실 미국식 대학운영 모델에서 나온다. 하버드대는 그 운영모델의 기준이다. 하버드대는 1636년 매사추세츠만 식민지(매사추세츠주의 전신) 주의회가 공공 교육기관으로 설립했다. 독립 초기엔 주의회를 장악한 동문 덕분에 많은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1840년대 이후 다양한 이민자가 주의회를 장악하면서 심한 간섭과 견제를 받았다. 이를 계기로 정치로부터 자유로운 위치를 갈망하게 됐고 오로지 교육에만 관심이 있는 동문의 손으로 운영되기를 원했다. 1865년 4월 29일 이러한 급진적인 제안이 매사추세츠 주의회를 통과했다. 집중적인 로비와 남북전쟁 당시 북군으로 활약하면서 발언권이 강해진 동문의 도움 덕분이었다. 그때부터 하버드대 운영위원회는 동문이 맡게 됐다.

 이에 자극받은 예일대나 윌리엄&메리대 등 다른 학교도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40년간 재임해 하버드대 최장수 총장으로 기록되는 찰스 윌리엄 엘리엇이 ‘진정한 미국식’이라고 표현한 이러한 대학 운영방식은 사립대는 물론 미시간대나 퍼듀대 같은 공립대와 노터데임대나 듀크대 같은 종교 계통 교육기관에서도 대학운영의 표준이 됐다.

 현재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의 그 유명한 대학평가에서 20위 안에 든 대학 가운데 19개에서 동문이 운영위원회를 맡고 있다. (이사회 멤버의 50% 이상이 동문인 경우) 유일한 예외는 칼텍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공대(CIT)로 운영위 멤버의 40%가 동문이다. 상위권 5개 대학 가운데 3개(하버드대·예일대·컬럼비아대)는 100% 동문에 의해 운영되며 나머지 2개교(프린스턴대·스탠퍼드대)는 운영위 멤버 중 동문이 90% 이하다. 동문에 의한 운영은 퍼듀대(90%)나 미시간대(63%) 같은 공립대학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미 대학순위 100위 이내 학교 가운데 공립과 사립을 통틀어 운영위 멤버의 63%가 동문이다.

 운영위 멤버 가운데 동문의 비율이 높을수록 대학순위와 지원율이 높고 기부가 많은 경향을 보였다. 대학 평판에 가장 관심을 보이고 그 평판에 의해 개인의 평판이 가장 많이 영향받는 집단이기도 하다. 학교에 통 큰 기부를 하거나 대학을 효율적으로 운영할 동기가 가장 큰 집단도 동문이었다. 동문은 그 대학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어 지도력도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다. 동문 출신 운영위 멤버들은 동문 네트워크를 통해 학교에 영향을 주는 정보를 빨리 얻고 적극적으로 대응한다.

 전 세계 대부분의 유명 대학은 비영리 조직으로 운영되며 사회에 기여해 왔다. 미 대학들은 경쟁의 이익과 유럽식 비영리 운영방식을 통합했다. 동문이 지배하는 이사회는 대학법인이 비영리라고 해서 석학을 초빙하고 뛰어난 학생을 끌어오고 스포츠나 예술적인 성가를 높이기 위해 애쓰는 등 대학 평판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이처럼 비영리 기구인 대학에서 동문을 활용함으로써 경쟁으로 인한 이득을 거두는 것이 미국식 대학 운영 방식의 이점이다. 대학평가에서 미 대학들과 겨루고 싶은 나라들은 이를 잘 새겨야 한다. ⓒProject Syndicate

샤일렌드라 메흐타 미국 듀크대 교육법인 교무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