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판기 컵음료 세균 오염 심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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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판매기 코코아의 90%가 1㎖당 1만마리 이상의 세균을 보유하고 있는데다 일부 자판기 컵음료에서는 대장균이 검출됐고 식중독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바실러스균으로 오염돼 있는 정도가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경원대 박종현(朴鍾賢.식품생물공학과) 교수가 보건복지부의 의료기술 연구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14일 오후 서울시 주관으로 열린 자동판매기 위생관리 제고를 위한 워크숍에서 `자판기 컵음료 세균오염 현황과 그저감화에 대한 제안'이라는 제목의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박교수는 "99년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지하철역, 대학교내 등 시내 전역의 자판기 100여곳을 대상으로 마시기 직전 컵음료의 미생물 오염을 조사한 결과 코코아, 우유, 율무, 밀크커피의 순으로 세균 오염도가 높았다"며 "특히 여름철의 경우 몇몇 자판기 컵음료에서 대장균도 검출됐다"고 밝혔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자판기 코코아의 경우 코코아 컵음료 샘플을 뽑은 40곳의 자판기 중 90%가 1만∼10만마리의 세균을 보유, 오염정도가 가장 심했다.

우유 컵음료의 세균 검출은 1㎖당 1천∼1만마리 45%, 1만∼10만마리 20% 등으로 65%가 1㎖당 1천마리 이상이었고, 율무는 1㎖당 1천∼1만마리 27%, 1만∼10만마리 1%로 1㎖당 1천마리 이상이 28%로 집계됐다.

밀크커피의 경우 1㎖당 100∼1천마리가 15%였고 나머지는 모두 100마리 이하로 큰 문제가 없었다.

식품위생법규 등을 정리한 식품공전에서는 위생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세균오염 수준을 1㎖당 100마리 정도로 규정하고 있고, 이 수준을 넘을 경우 식중독균등 병원성 세균이 증식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판기 컵음료의 오염경로는 원료분말에서부터 오염이 돼 있었고, 특히 음료가 빠져나오는 튜브(관)나 음료를 받는 곳 등 자판기 내부에 잔류하는 식품성분에서 세균 증식이 급속도로 이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박교수는 설명했다.

박교수는 또 "식중독균으로 위해를 일으킬 수 있는 독성 바실러스균에 의한 오염도 많았다"면서 "독성 바실러스균은 자판기 컵음료에서 생육이 잘될 뿐더러 실제로 설사 및 구토를 일으키는 독소(toxin)를 생산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독성 바실러스가 100만마리 정도 있으면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의 식중독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자판기의 온도표시가 92∼95℃로 표시돼 있으나 실제 마시기 직전의 컵음료 온도는 위생법규에서 규정돼 있는 68℃보다 더 낮은 온도를 보이는 곳이 대분인 것으로 확인됐다고 그는 말했다.

박교수는 "위생품질이 확보되는 자판기 컵음료를 위해서는 튜브를 정기적으로 세척하는 등 자판기 기기의 관리를 강화하고 분말의 초기오염 균주를 낮추는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며 "특히 현장의 운영자들의 성의 있는 접근이 있어야 하고 아울러 자판기의 철저한 위생관리제도가 새로이 마련돼야 한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김종박 보건위생과장은 "식품자동판매영업의 위생점검기능을 시민단체, 관련 협회 등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위생규정을 위반한 경우의 행정처분에서도 과태료 처분 등으로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서울=연합뉴스) 김영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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