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특수효과 관객 압도 '미이라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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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전 '미이라' 를 기억한다. 쇠로 만든 듯한 딱정벌레 군단이 '탁탁탁' 소리를 내며 몰려와 사람을 형체도 없이 처치하는가 하면 거센 모래바람이 비행기를 단숨에 삼키는 장면들이 매우 현란했다.

놀이동산에 온 듯한 느낌을 주는 롤러코스트 영화의 원조격인 '인디애나 존스' 의 아류란 평가에도 불구하고 서울 관객 1백10만명을 동원하며 선풍을 일으켰었다.


그 '미이라' 의 속편 '미이라2' 는 엄청난 특수효과로 오락성을 한층 강화했다.

잠시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두 시간 동안 이어지는 요란한 장면은 오히려 지루함까지 느껴질 정도다. 같은 냄새를 오래 맡으면 후각이 무뎌지는 것처럼.

'미이라2' 는 '작품성이야 어떻든 볼거리만 많으면 관객은 몰리게 돼 있다' 는 가설을 굳게 믿는 할리우드 제작자들의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보인다. ]

이야기 전개의 엉성함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성공을 거두고 있는 '진주만' 에 이어 '단순 무식' 하게 볼거리로 일관하는 '미이라2' 가 가세함으로 극장가에는 당분간 할리우드 돌풍이 거셀 조짐이다.

전편에서 함께 지옥까지 갔다 왔던 오코넬(브랜드 프레이저) 과 에블린(레이첼 와이즈) 은 결혼해 여덟살짜리 아들 알렉스(프레디 보스) 를 두고 있다.

이 가족은 다시 이집트의 한 무덤에 발을 들여 놓는데 거기서 한때 전 세계를 정복했던 스콜피언 킹(더 록) 의 팔찌를 발견한다.

그 팔찌를 움직이면 스콜피언 킹이 다시 깨어난다는 사실을 모르는 아들은 겁없이 팔찌를 차고 모험에 나서는데 전편에서 오코넬 부부가 부활시킨 이집트 마법사 이모텝(아널드 보슬루) 이 그 팔찌를 차지하려 들면서 가족의 모험담은 급물살을 탄다.

'속편은 흥행이나 화려함에서 약하다' 는 속설을 무색케하는 이 영화는 전편의 상술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데다 볼거리와 이야기거리를 더 많이 우겨넣고 있다.

전작을 연출했던 스티븐 소머즈가 그대로 메가폰을 잡았고 주연도 오코넬 부부가 맡았다.

다만 이들 사이에 난 아역 배우가 더해져 가족 드라마의 형태를 갖췄고, 전편을 주름잡았던 악당 이모텝 외에 사람의 상반신과 전갈의 몸뚱이를 한 거대한 스콜피언 킹이 새로 등장한다. 스콜피언 킹 역은 인기 프로레슬러인 더 록이 맡았다.

낯선 곳을 가다 위험에 처하고 슬기로운 지혜로 아슬아슬한 위기를 모면한다는 이야기 구조의 단조로움을 현재와 과거를 넘나드는 로맨스로 어느 정도 극복하고 있다.

여기에 족히 수만은 될듯한 스콜피언 킹의 군대가 사막을 가득 메웠다가 먼지처럼 사라지는 대목, 계곡을 메운 강물이 공중으로 치솟거나 사막의 오아시스가 순간에 사라지는 장면 등은 컴퓨터 특수효과의 힘을 실감케 한다.

시종일관 특수효과에 의존하는 영화라 극장을 나설 때 마치 만화영화를 본 게 아닌가하는 착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들이 열광할 요소는 많지만 성인들은 취향에 따라 반응이 극명하게 갈릴 듯 싶다.

원제 : Mummy Returns.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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