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오픈] 유럽세 31년만에 우승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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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미국)의 일방적인 우승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31년간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한 유럽 선수들의 분발 여부가 올해 US오픈골프대회의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로 등장했다.

US오픈은 다른 메이저대회와 달리 유난히 유럽선수들에게 좀체 우승컵을 내주지 않아온 전통을 갖고 있다.

지난 70년 토니 재클린(영국)이 우승컵을 안아본 이후 31년동안 유럽 선수들은 US오픈 정상 일보 직전에 물러나며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했다.

닉 팔도(영국), 세베 바예스테로스(스페인), 베른하르트 랑거(독일), 호세 마리아 올라사발(스페인) 등 내로라하는 유럽 출신 슈퍼스타들 가운데 US오픈 우승컵을 거머쥔 선수는 아무도 없다.

이들 4명은 마스터스, PGA선수권, 브리티시오픈 등 3개 메이저대회는 모두 제패했으나 US오픈 정복의 꿈은 끝내 이루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유럽 선수 가운데 가장 우승에 근접했던 것은 유럽투어 7년 연속 상금왕에 올랐던 콜린 몽고메리가 94년과 97년 2차례 준우승한 일. US오픈에서 이렇게 유럽선수들이 맥을 추지 못하는 데 대해 일부에서는 좁은 페어웨이와 깊은 러프로 구성되는 대회 코스 조건이 유럽선수들에게 잘 맞지 않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그러나 리 웨스트우드(영국)는 "작년 페블비치에서 열린 US오픈에서 유럽선수들 상당수가 미국선수보다 잘 쳤다"면서 유럽에서도 그런 가혹한 조건에서 경기를 자주 치른다고 말해 이런 견해를 일축했다.

또 일부는 비교적 서늘한 유럽 코스와 달리 해마다 찌는 더위 속에서 치르곤 하는 US오픈 특성을 들었다.

습도가 높고 기온이 섭씨 30도를 웃도는 날씨는 유럽선수들이 잘 적응하지 못하는 조건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US오픈에서 유럽선수가 우승하지 못하는 이유를 가장 확실하게 설명한 선수는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 그는 "US오픈에는 미국 선수들이 유럽선수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이 출전하기 때문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한편 첫 아들 출산 때문에 마스터스에 출전하지 않았던 웨스트우드는 "내 실력은 US오픈에서 우승할 자격이 있다"고 자신, 이번 대회 유럽세의 최선봉에 나섰고 지난해 유럽 투어 상금왕에 오른 웨스트우드 뿐 아니라 최근 재기 조짐을 보이고 있는 팔도와 랑거, 그리고 '샛별' 가르시아 등이 유럽의 자존심 회복의 기수로 꼽히고있다.(서울=연합뉴스) 권 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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