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끈따끈 새 만화] 꽃보다 달콤한 '꽃보다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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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꽃미남과 낭만적인 사랑'을 꿈꾼다. 하지만 각박한 현실 속에서 이런 이상적인 사랑을 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로맨스 소설이나 영화, 드라마 등을 보며 대리만족을 하게 된다. 여기에 순정 만화 또한 빠질 수 없다.

이번에 소개하는 '꽃보다 남자' 역시 순정 만화 장르를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만화이다. 이 만화는 순정 만화의 고전 '캔디캔디'가 확립해 놓은 '평범녀와 그녀를 추종하는 꽃미남들'의 설정을 잘 잇고 있다.

여 주인공 '츠쿠시'는 평범한 중산층 가정 출신이지만 부모의 허영심 때문에 부자들만 다니는 에토쿠 고교에 입학한다. 학교 내에 잘생기고 초 재벌집 아들들의 모임 'F4'에 찍힘을 당한 츠쿠시는 전교생에게 왕따를 당한다. 하지만 이에 굴복하지 않고 씩씩하고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며 오히려 부잣집 아이들의 나약함을 비웃는 츠쿠시. 그런 그녀를 보고 'F4'의 리더 '츠카사'는 반하게 된다. 좌충우돌 많은 해프닝 속에서 츠쿠시는 츠카사의 뜻밖에 견실한 면모를 발견하고 마침내 그 둘은 사귀게 된다. 그러나 이 둘의 교제를 반대하는 츠카사 엄마의 방해 때문에 그들의 사랑은 여전히 쉽지 않다.

정통 순정만화 새롭게 비틀기
가끔 이름도 헷갈리는 두 주인공 츠쿠시와 츠카사의 좌충우돌 사랑 이야기 '꽃보다 남자'는 앞서 말한 대로 '캔디캔디'를 많이 닮아있다. '츠쿠시'의 성격이 '캔디'와 붕어빵처럼 닮아있는 것, 그리고 각자 다른 개성을 지닌 꽃미남들 한 무더기가 나오는 것 등등이…

하지만 이 만화는 고전을 그대로 답습하지 않았다. 같은 설정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적용하였고 또 정통 순정만화에서는 절대 상상도 못할 엽기적 요소도 가미함으로써 새로운 순정 만화의 법칙을 만들어가고 있다.

예를 들어 남자 주인공 츠카사는 '캔디캔디'의 테리우스처럼 터프하다 못해 너무 지나쳐 과격하다. 거기다가 엘리트적인 면모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 단순, 무식함까지 갖춘 캐릭터이다. 옛날 같으면 주인공은 커녕 주요 인물 언저리에도 가지 못할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순정 만화 주인공의 선입관을 깼다.

또 주인공들 주위에 순정만화에 어울리지 않는 엽기적인 캐릭터들의 모습과 행동은 극의 재미를 더한다. 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바로 츠쿠시의 부모다. 딸을 부잣집 도련님과 결혼시켜 한 밑천 잡겠다는 굳은(?) 의지로 딸을 상류학교에 보낸 이 철없는 부부의 행동은 보는 이에게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회를 거듭할수록 더욱 더 가난해져 가지만 여전히 그 꿈은 버리지 않는다.

이밖에 벼락부자가 되어 에토쿠 고교에 전학 온 츠쿠시의 어릴 적 친구 '카즈야'와 츠쿠시를 유난히 싫어하는 '아사이' 일당들 또한 이 작품의 '웃음 제조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순정 만화계의 블록 버스터
'꽃보다 남자'는 순정 만화가 정통 멜로와 완벽한 주인공이 꼭 아니어도 된다라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1992년부터 현재까지 근 10년 동안 연재되고 있지만 여전히 인기만화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일본 인기 만화가 그렇듯 이 만화도 애니메이션, 드라마, 소설화 되었고 곧 게임까지 출시된다고 하니 과연 '순정 만화계의 블록 버스터'라 불릴 만하다.

그 인기 때문에 이야기를 좀 더 오래 끌려는 의도가 역력해 작품의 재미가 약간 떨어뜨리긴 하나 영원히 안 맺어질 것 같던 츠쿠시, 츠쿠사가 마침내 연인이 되며 이 작품은 새로운 국면을 맞고 있다. 츠쿠사 어머니의 집요한 방해공작에 아직까지 데이트 다운 데이트도 못한 이 둘의 사랑은 여전히 스릴 넘친다.

덧글: 이 만화의 제목 '꽃보다 남자(はなよりだんご)'는 '꽃보다 경단'이라는 일본의 격언과 같은 발음이라고 한다. 격언의 뜻은 '외향 보다 실속'이라는 데 만화와 연관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だんご' 라는 말이 동음 이의어라서 '남자'라는 뜻 외에도 '달콤함, 단' 이란 뜻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을 '꽃보다 달콤한' 이라고 해석해도 된단다. '꽃보다 달콤한'이라…아마 연애를 의미하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