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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식구 탈주범' CCTV에 가슴이 '번쩍'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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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탈주범 최모씨가 17일 오전 5시13분 유치장 배식구를 통해 대구 동부경찰서에서 도망쳐 나온 뒤 인근 고등학교 앞 도로를 뛰어가고 있다. 경찰은 오후 1시가 돼서야 이 학교에 수사를 나왔다. [CCTV 캡처]

경찰서 유치장 배식구를 통해 도주한 전과 25범의 강도상해 피의자가 주택가에서 훔친 승용차를 몰고 달아났다. 주민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코앞까지 추격했지만 그는 경찰을 따돌리고 잠적했다.

 대구 동부경찰서는 17일 오후 11시27분 경북 청도군 청도읍 초현리 경찰 검문초소 인근 도로에서 탈주범 최모(50)씨를 발견했으나 산으로 달아나는 바람에 검거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당시 최씨는 훔친 EF쏘나타 승용차를 몰고 25번 국도를 따라 경남 밀양 쪽으로 가던 중이었다. 최씨는 경찰 순찰차가 5㎞ 이상 자신을 뒤쫓고 있고, 200m 앞에서는 경찰이 검문 중인 것을 보고 도로 옆 식당 주차장에 승용차를 버린 뒤 산으로 도망쳤다. 경찰은 날이 어두워 수색작업을 포기했다.

 앞서 최씨는 유치장을 빠져나온 뒤 대구시 동구 신서동 김모(53)씨의 단독주택에 침입해 EF쏘나타 승용차와 지갑(신용카드)을 훔쳤다. 김씨의 집은 동부경찰서에서 1㎞가량 떨어진 곳이다. 그는 고속도로를 달려 청도군으로 간 뒤 훔친 신용카드로 주유를 했다.

18일 경찰관들이 경북 청도군 초현리에서 유치장 탈주범 최모씨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대구=뉴시스]

 경찰은 최씨가 치밀하게 탈주를 준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로 45㎝, 세로 15.2㎝인 유치장 배식구와 2m 높이에 설치된 스테인리스 13.5㎝ 간격의 창살을 통과하는 데 4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오전 5시쯤 유치장 안에 엎드린 채 머리를 옆으로 돌린 뒤 몸을 흔들며 배식구를 빠져나갔다. 폐쇄회로TV(CCTV)에 찍힌 그의 가슴과 등은 번들거리는 모습이었다. 경찰은 배식구를 쉽게 통과하기 위해 몸에 샴푸를 바른 것으로 추정했다. 그는 모포를 둥글게 말아 잠을 자는 것처럼 위장한 뒤 도주했다. 이후 경찰서 인근 단독주택에서 차량을, 또 다른 집에서 양복과 모자를 훔쳤다.

 대구 출신인 최씨는 초등학교 5학년을 중퇴했고 가족과는 30여 년 전에 연락을 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춤솜씨가 좋아 나이트클럽 등에서 여자를 사귀기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생활비가 떨어지면 사귀던 여자의 도움을 받거나 주택가를 털어 훔친 돈으로 생활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씨의 25차례 전과는 마약, 성폭행 한 차례씩을 제외하면 절도가 대부분이며 담 넘기와 벽 타기 솜씨가 좋은 편에 속한다”고 말했다.

 경찰은 헬기 2대와 수색견 6마리, 경찰관 등 500여 명을 동원해 현장을 수색하고 있다. 경찰은 최씨 검거에 결정적인 제보를 하는 시민에게 3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경찰은 또 최씨 도주에 대한 책임을 물어 서상훈 동부경찰서장을 대기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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