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통·SK·LG "이제부터 진짜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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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통신시장의 화두는 '3강(强)' 이다. 올초 정부가 밝힌 통신시장 3강체제 개편은 이제 대세가 됐다. '자의적 구획정리' 라며 반발했던 관련 통신업체들도 서서히 따라가고 있다. 서로의 이해에 따라 업체간 합종연횡이 발빠르게 진행되는 것이 이를 증명해준다.

통신시장을 달구었던 차세대이동통신(IMT-2000)사업자 선정도 3강체제 구축의 사전 정지작업으로 의미가 축소됐다. 3강체제 구축은 국내 통신시장이 나아갈 최종 목표가 된 셈이다.

3강의 목적은 단순명쾌하다. 삼국지에서 위.촉.오가 팽팽한 힘의 균형을 이루었을 때 천하는 평화로웠다. 서로의 눈치를 보며 누구도 섣불리 나서지 못할 때 이들 3국은 힘을 비축하며 내치에 치중할 수 있었다. 마찬가지다. 중복투자와 부실기업 양산으로 시장경쟁력을 잃고 있는 통신시장을 이런 3강 정립(鼎立)의 틀에 넣어 힘을 키워주자는 것이다.

◇ 왜 3강인가〓현재 통신시장은 2강체제다. 유선분야에서는 한국통신이, 무선분야에서는 SK텔레콤이 최강자로 자리잡고 있다. 3강체제 개편은 2강을 제외한 나머지 군소 통신업체들을 규합해 기존 2강에 대항할 수 있는 제3의 종합통신사업자를 만들자는 구상이다.

정부 역시 미래의 고부가가치산업인 통신분야 정책을 효율적으로 펼치기 위해선 2강구도보다는 3강구도가 훨씬 다루기 쉽다. 양승택(梁承澤) 정보통신부장관이 "제3사업자가 시장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기존 2강의 시장점유율을 규제하고 신규사업자는 점유율을 높여주는 비대칭(차별)규제를 하겠다" 고 밝힌 것도 3강구도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 업계 반응〓기존 2강인 한통과 SK텔레콤은 시장논리에 어긋난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자의적으로 업체들을 3강의 틀에 짜넣고 그것을 이루기위해 차별규제까지 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반해 LG텔레콤.데이콤.하나로통신 등 후발업체들은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3강구도 개편과 정부의 차별규제정책을 환영하고 있다.

"시장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독점적 기업에 어느 정도 제한을 가하는 것은 오히려 시장논리에 맞는다는 것" 이 후발 업체들의 주장이다. 오히려 막연하게 차별규제를 하기보다는 적정 시장점유율의 가이드라인을 정부가 마련해달라고 요구한다. 예컨대 LG텔레콤은 이동통신시장에서 적어도 20%의 점유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 어떤 업체들이 합치나〓제3사업자로 가장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보는 구도는 LG텔레콤+하나로통신+파워콤의 구도다. 정통부가 바람직한 조합으로 보고 있고 통신전문가들도 최적의 구도로 보고 있다. 이유는 이렇다.

시내전화망을 중심으로 유선 네트워크를 가진 하나로통신(초고속인터넷+시내전화, 전용회선)과 전국 시외전화망을 중심으로 광케이블망을 갖춘 한국전력의 자회사 파워콤이 합친다

이후 여기에 전국에 걸친 이동통신 무선 네트워크를 갖춘 LG텔레콤이 가세한다면 막강한 경쟁력을 갖춘 제3종합정보 통신사업자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미 LG텔레콤과 파워콤은 IMT-2000 동기식 컨소시엄을 통해 협력하기로 약속한 상태다. 다만 하나로통신이 LG주도의 동기식컨소시엄에 반대하며 입장을 유보하고 있다. 하지만 LG텔레콤 남용 사장과 하나로 신윤식 사장이 이번 주 직접 만나 서로의 입장을 조율할 예정이어서 협력의 여지는 여전히 남아있다. 이들 3개 후발업체가 힘을 합치면 이후 두루넷.드림라인 등의 거취가 결정될 전망이다.

◇ 시기는〓우선 LG가 IMT-2000동기식 사업권을 따내는 것이 관건이다. LG텔레콤은 늦어도 6월 말까지 컨소시엄을 완료하겠다고 밝혔다.

이에따라 정통부가 이르면 이달말 사업자 선정공고를 하고 다음달 중 사업자를 선정하는 일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IMT-2000 사업권 3장이 확정되면, 이를 중심으로 통신업체들의 합종연횡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전망이다.

인수.합병을 통해 하나의 거대 기업으로 구성될지, 지주회사를 설립해 연합형식으로 운영되든지 방식은 여러가지지만 하반기부터 제3사업자의 윤곽이 뚜렷하게 나타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일반적인 관측이다.

하지윤 기자 hj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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