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닮은 듯 다른 ‘제왕적 대통령제’ 쇄신 해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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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대통령 후보들의 ‘제왕적 대통령제’ 쇄신카드로 책임총리제가 급부상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가 16일 후보수락연설에서 ‘책임총리제’를 공약으로 내세운 데 이어 새누리당 정치쇄신특위(안대희 위원장)도 헌법상 총리의 장관임명 제청권(요청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새누리당 쇄신특위 위원은 17일 “문재인 후보가 1997년 대선에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과 같은 공동정부 차원에서 책임총리를 얘기하는 것과 달리 새누리당은 헌법상 국무총리에게 주어진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 국무위원 해임 건의권 등 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대통령의 인사권 분산을 위해 굳이 책임총리란 이름을 붙이지 않아도 국무총리가 헌법과 법률상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있게 대통령이 보장하는 것이 진정한 쇄신”이라고 했다.

 안 위원장도 이에 앞서 “제왕적 대통령제 쇄신을 위해 (인사)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했었다.

 민주당이 선점한 ‘책임총리’라는 네이밍을 따르지는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총리가 권한을 행사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낮은 수준’의 책임총리제라고 할 수 있다.

 새누리당과는 달리 문 후보의 책임총리제는 국무위원 임명 제청권 등 총리의 헌법상 권한을 보장하는 걸 넘어 국정의 공동운영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공동정부론과 연결돼 있다. 문 후보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안철수 원장과의 공동정부 구성’에 대해 “정권교체를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정치와 개혁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두 사람 중 누가 최종 후보가 되든 다른 한 사람은 유력한 총리 후보로서 사실상 대선 러닝 메이트”라며 “이때 책임총리 권한의 한 축인 각료임명 제청권을 통해 공동정부 구성을 보장하는 근거를 미리 마련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서울대 강원택(정치학) 교수는 “대선 때마다 ‘책임총리’를 하겠다는 공약이 등장했지만 실현여부는 전적으로 대통령의 정치적 의지에 달린 것”이라며 “대통령이 총리의 제청권을 존중하더라도 행정부 수반으로서 책임은 대통령이 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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