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들, 1조1180억 투자 영종도에 리조트 짓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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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인천국제공항의 관문인 영종대교 주변. 항만과 항로를 정비하며 파낸 흙을 내다버린 ‘붉은 뻘밭’이 가득하다. 이 황무지에 재일동포 빠찡꼬 기업 마루한을 비롯한 한상(韓商)들이 1조원 이상을 들여 해양리조트를 짓겠다고 나섰다. 동포 기업인들의 국내 투자로는 사상 최대 금액이다.

 국토해양부는 이날 인천시 영종도의 ‘준설토 투기장’에 ㈜세계한상드림아일랜드가 1조1180억원을 투자하는 사업제안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가 만든 투자업체다.

 제안서 내용은 2018년까지 총 315만㎡ 부지에 ▶골프장·체육시설 등 스포츠파크 ▶초고층빌딩 및 비즈니스센터 ▶해양생태공원 ▶공항·항만을 연계한 복합물류단지 등 4개 시설을 짓는 것이다. 리조트 완공 시 1만6000여 명의 고용이 이뤄지고, 3300억원의 소득 창출효과가 있을 것으로 제안서는 추정했다. 최낙훈 한상드림아일랜드 부장은 “마루한의 한창우(81) 회장이 다른 동포 기업인들과 ‘고국을 위해 기념비적 사업을 해 보자’고 건의해 사업이 추진됐다”며 “재일동포 상공인 중심으로 10명이 투자에 참여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한상드림아일랜드의 제안이 타당한지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 사업성 검토를 의뢰했다. 개발원 관계자는 “재무상태 건전성과 재원 조달방법, 예상 방문객 수 등을 분석한 뒤 두 달 내 적합성 여부를 결론 지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후 정부는 특혜 시비 등을 막기 위해 다른 민간사업자를 대상으로 석 달간 추가 제안서를 받은 뒤 내년 상반기에 최종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예정대로 사업이 추진될 경우 한상드림아일랜드는 2016년까지 연약 지반을 단단하게 만드는 부지 조성공사를 마치고, 2018년까지 비즈니스센터와 해양공원·체육시설 등을 설치할 계획이다.

 2007년 이후 국토부는 인천·대천·광양 등 12개 지역에서 준설토 투기로 쌓인 땅을 활용키 위해 재개발사업 계획을 세우고 투자자를 물색해 왔는데 민간이 사업 제안서를 제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진숙 국토해양부 항만정책관은 “홍콩과 중국 본토에 꾸준히 투자해 도움을 주는 화교들처럼 한상들의 국내 투자가 증가하면 불경기 일자리 창출 등에 큰 보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낙훈 부장은 “1세대 해외 동포 기업인들이 70대 이상인데 고국으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이가 많다”며 “공항과 항만이 가까운 영종도를 사업 대상지로 선택한 것도 그런 이유”라고 전했다. 그는 “투자에 참여한 한상은 2~3세가 고국 사업에 많이 진출하고, 한국 기업인과도 끈끈한 네트워크를 맺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 세계한인상공인총연합회

재외 한인(韓人) 경제인들의 이익과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1993년 결성됐다. 67개국 145개 지역의 동포 기업인이 참여하고 있다. 현 연합회장은 한창우 마루한 회장으로 그는 최근 “전 재산 2조원을 한·일 양국에 환원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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