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보기] '세트플레이 결승골' FIFA의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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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 두 게임과 3, 4위전 등 세 게임이 모두 세트플레이에 의해 승부가 가려졌다.

프랑스-브라질전에서 프랑스의 두 골과 브라질의 한 골이 모두 코너킥.프리킥 등 세트플레이에 의한 득점이었고, 일본-호주전 결승골도 프리킥 골이었다. 호주-브라질전 결승골도 역시 프리킥이었다. 결국 세 게임에서 터진 다섯 골이 모두 세트플레이에 의한 골이었다.

최근 각종 국제대회에서 세트플레이에 의한 골이 많이 나오는 이유는?

우선 프리킥을 하는 공격팀에 최대한의 혜택을 주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의지가 한몫 한다. FIFA는 주요 고객인 TV 시청자들을 위해 '축구의 생명은 골' '골은 곧 돈' 이라는 마인드 속에 골을 양산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일환으로 골이 많이 터지는 골 마우스 근처에서는 철저히 공격자 위주의 경기 규칙을 적용한다. 또 FIFA는 주심에게 골 마우스 근처에서 생긴 프리킥 때 수비벽을 철저하게 9m15㎝ 이상 떨어지게 해 키커가 유리하게 해줄 것을 강하게 주문한다.

이는 현대축구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골 마우스 지역에서 얻은 프리킥을 직접 골로 연결하는 전술적 준비나 코너킥을 살려 득점하는 확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력이 대등한 팀간의 경기와 심리적 부담이 크게 영향을 끼치는 경기(월드컵 결승이나 컨페더레이션스컵 준결승 같은)에서는 특히 코너킥이나 문전 프리킥에서 승패가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예선리그의 경우는 한 경기를 실패해도 다음 경기를 기약할 수 있지만 월드컵에서는 16강전부터 녹다운 방식으로 경기가 진행돼 심리적으로 수비를 두껍게 하는 전술 구사로 이어진다.

이를 FIFA가 방임하면 경기는 늘어지고 재미없어지며 결과적으로 관중과 시청자가 떠나게 된다.

프랑스와의 준결승에서 브라질은 객관적인 전력의 열세를 인정, 수비를 강화하면서 반격하는 전략을 짰다.

그러나 프랑스의 공격을 차단하기 위해 시도했던 거친 수비를 FIFA의 대리인인 주심이 그대로 방관하지 않았다. 브라질은 코너킥과 프리킥으로 두 골을 내줬다.

브라질의 패배는 3년 전 프랑스 월드컵 결승전의 재판이었다. 0 - 3으로 질 때 전반 28분과 후반 1분 지네딘 지단의 연속 골은 모두 왼쪽, 오른쪽 코너킥에 의한 헤딩골이었다.

예선 탈락의 아쉬움이 크지만 한국은 현대축구의 흐름을 놓쳐서는 안된다. FIFA의 의지는 단호하다. 골을 많이 만드는 경기 운영이다. 이에 역행하는 팀은 현대축구에서 낙오자가 될 뿐이다. 한국 축구는 컨페더레이션스컵을 통해 이러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세계 무대에 나가 촌사람(?)처럼 문전에서 불필요하게 손을 써 프리킥을 쉽게 내준다면 좌초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와의 첫 경기에서 대패의 빌미를 준 첫 골이 코너킥에 의한 실점이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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