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레이더] 예탁금 계속 빠져 나가 외국인 자금으론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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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 가뭄으로 타들어가지만 증시에는 지난 주 단비가 내렸다. 외국인들이 천수답에 물을 대듯 주 후반 이틀간 3천억원어치의 주식을 사들이자 600선 아래로 밀렸던 종합지수는 단숨에 62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증시가 해갈에 성공해 연중최고치(종합지수 632.05)를 넘어 약진하기는 아직 힘겨워 보인다. 외국인이 돈을 풀어 봐야 밑빠진 독에 물붓기 식으로 개인 자금이 계속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더구나 외국인들이 주식 순매수를 왕성하게 이어갈 지도 의문이다.

지난 주 외국인의 매수를 촉발한 것은 '인텔 효과' 였다. 미국의 기술주 가격이 뛰자 삼성전자.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주식에도 매수를 불어왔다. 그러나 지난 주말 주니퍼네트워크의 실적 전망이 나빠지면서 미국의 반도체 관련주들은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미국이나 우리나 지난 4월 이후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기술주들이 지난주 모처럼 힘차게 움직였지만, 전통 가치주들과 벌어진 주가 갭을 메우는 정도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 정보기술(IT)분야의 경기회복 기미가 좀처럼 나타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주는 주가 흐름에 큰 영향을 줄 일들이 많다. 하이닉스반도체와 대우차 문제가 가닥을 잡아나가고 선물.옵션 동시만기일도 끼어있다. 미국에선 기업들의 2분기 실적 전망이 이어지면서 시장이 일희일비할 것이다. 소비.물가 지표들이 발표되는 가운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에서 금리의 추가 인하를 시사할 지도 관심이다.

장세의 방향이 잡힐 때까지 '쉬는 것도 투자' 라는 생각을 갖고 한 발짝 물러서 있으면 어떨까. 용기있게 뛰어든 사람들이 수익을 남기면 여유있게 박수를 보내주면서.

김광기 기자 kikw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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