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두산은 지금 '부상 병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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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휴, 동열이도 없고, 종범이도 없고…. "

김응룡 삼성 감독이 해태감독 시절 유행어를 만든 적이 있다. 국보급 투수 선동열과 최고 타자 이종범이 일본 프로야구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팀 전력이 약화하자 김감독이 자신의 고민을 독특한 말투에 담았다.

최근 두산 김인식 감독은 선발 라인업을 짤 때마다 '어휴' 하며 한숨부터 내쉰다. 팀 기둥인 김동주(3루수.왼쪽 발목), 심재학(우익수.오른쪽 발꿈치), 정수근(중견수.허리), 장원진(좌익수.허벅지), 구자운(투수.어깨), 이혜천(투수.발목)이 줄줄이 부상으로 결장하거나 제몫을 못해내기 때문이다.

이 바람에 두산은 지난 5일부터 삼성과의 3연전을 내리 패해 7일 현재 1위 현대와 여섯 게임 차로 벌어졌다. 또 이달 들어 1승1무4패로 간신히 3위를 지키고 있는 두산에 공동 4위 한화.해태가 어느새 한 게임 차로 따라붙었다. 시즌 초 막강 투.타 전력으로 지난달 3~17일까지 선두를 굳게 지켰던 두산으로서는 믿기 어려운 추락이다.

부상 병동 두산은 선발 라인업이 매일 바뀌고 있다. 지난 6일부터 이틀째 선발 외야수에 최훈재.전상렬.강봉규, 3루에는 홍원기 등 백업 요원들로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꾸려가고 있다.

시즌 초반 폭죽같이 터지던 타선의 무게도 떨어졌고 마운드 운용도 엉망이 됐다. 강흠덕 두산 트레이너는 "주전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해 돌아오려면 적어도 2주는 걸린다" 고 말했다.

주전들의 부상이 속출하면서 나머지 선수가 혹사당하는 것도 고민거리다. 대표적인 경우가 미들맨 차명주로 벌써 38게임에 등판해 43과3분의2 이닝을 던지며 피로를 호소하고 있다.

그러나 김인식 감독은 "언제 우리가 1백% 상태로 야구한 적 있나.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지" 라며 애써 태연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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