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 가와구치 '신의 손' 행진

중앙일보

입력

`사커루(Soccerroo)'의 고공 공격도 가와구치요시카쓰(26.요코하마 마리노스)의 `신의 손'을 뚫지 못했다.

7일 컨페더레이션스컵축구대회 4강전에서 일본의 골키퍼 가와구치는 호주의 숨쉴틈없는 슛공세를 마치 신들린 듯한 몸놀림으로 막아내 빗속의 일본 열도를 들끓게했다.

일본은 카메룬, 캐나다, 브라질과의 B조 예선 3경기를 포함해 4경기 연속 무실점행진을 폈고 가와구치는 이중 예선 3차전인 브라질전을 제외하고 모두 책임졌다.

10일 결승전 출전이 유력한 그는 이 경기에서 수훈을 세우면 97년 대회 공식 출범 후 첫 무실점 대기록을 세움은 물론 최우수선수(MVP)에게 주어지는 `골든볼'의영광도 차지할 공산이 크다.

역대 골키퍼 최소실점 기록은 제2회 킹파드컵으로 치러진 95년 우승팀 덴마크의`거인' 페테르 슈마이헬이 3경기서 세운 1골이었다.

가와구치는 이미 결승전 결과를 떠나 이번 컨페드컵을 계기로 일본축구의 주전골키퍼로서 롱런 가도를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트루시에 감독의 총애를 받아온 나라자키 세이고(나고야 그램퍼스)와의 주전 경쟁에 마침표를 찍은 것. 사실 가와구치는 트루시에 감독이 일본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뒤로 시련의 연속이었다.

'96애틀랜타올림픽 본선 조별리그에서 브라질을 1-0으로 꺾을 때 눈부시게 활약했던 그는 2년 뒤 프랑스월드컵을 통해 대표팀 간판으로 발돋움했지만 트루시에 취임 후 잇단 부상 속에 나라자키가 주전을 꿰차 2인자로 주저 앉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해 10월 레바논 아시안컵대회에서 재기의 기회가 찾아들었고 이번엔나라자키가 다친 틈을 타 팀을 아시아 정상으로 이끌며 건재를 뽐냈다.

아시안컵 제패로 `역시 일본 최고는 가와구치'라는 여론까지 등에 업은 그는 결국 이번 컨페드컵, 특히 카메룬전에서 `동물적'인 감각으로 무려 19차례의 결정적인 상대 찬스를 무산시키는 선방으로 트루시에의 마음까지 사로 잡았다.

보통 190㎝ 안팎인 여느 장신 골키퍼와는 달리 178㎝, 78㎏으로 다소 왜소한 체격이지만 상황판단력과 위치선정, 날렵한 몸놀림은 단신의 약점을 메우고도 남는다.

얼굴이 잘 생겨 일본은 물론 국내에서도 많은 여성팬을 확보하고 있는 가와구치는 최용수(제프 이치하라)의 일본진출 소식을 듣고 "일본어를 가르쳐 주겠다"고 제의할 만큼 영원한 라이벌인 한국선수들과도 돈독한 우정을 쌓고 있다. (요코하마=연합뉴스) 특별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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