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파일] 2승1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축구가 컨페더레이션스컵 4강 진출에 실패하자 수많은 말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가장 많은 말이 “2승1패면 좋은 성적인데 프랑스가 엉뚱하게 호주에 지는 바람에 아깝게 떨어졌다”는 것이다. 즉, 한국은 잘했는데 다른 변수 때문에 한국이 피해를 봤다는 식이다.

지난해 시드니올림픽 때도 똑같았다. 당시에도 한국은 2승1패를 했으나 골 득실차로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첫 게임에 스페인에 3-0으로 지고난 후 모로코에 1-0으로 이기고 마지막 경기에서 강호 칠레를 1-0으로 꺾었다. 그러나 골 득실차로 칠레와 스페인에 1,2위를 내주고 귀국해야 했다.

그때도 “2승이나 했는데” “첫 게임에서 스페인에 세 골 차로 지지만 않았어도”라고 했다.

그러나 한번 잘 따져보자. 예선 마지막 상대였던 호주는 이미 2승을 거둔 상태였다. 세 골 차로만 져도 4강에 올라갈 수 있는 상태에서 전력을 다해 정상적으로 경기를 할 필요가 없다. 호주는 당연히 수비 위주의 경기를 펼쳤다. 플레이메이커인 폴 오콘은 아예 수비수처럼 뒤로 쳐졌다. 한국은 수비 위주의 호주를 상대로 마음껏 공격을 펼칠 수 있었다.

다시 시드니로 돌아가자. 당시에도 마지막 상대 칠레는 2승을 거두고 골 득실차에서도 크게 앞서 있어 지더라도 조 1위가 거의 확정적인 상태였다. 당연히 수비 위주였다. 칠레는 거의 하프라인을 넘지 않으면서 체력을 비축했다. 한국은 조 1위 칠레를 일방적으로 몰아 부치면서 1-0으로 이겼다.

이 경기를 두고 일부에서는 “비록 예선 탈락을 하긴 했지만 강호 칠레를 꺾은 것만 해도 어디냐”고들 했다.

지금도 똑같다. “비록 프랑스에 대패했지만 멕시코와 호주를 꺾은 것만 해도 어디냐”고 한다.

축구협회는 히딩크 감독을 포함한 대표선수 모두에게 약 1천5백만원씩의 포상금을 줬다. 물론 앞으로 잘하라는 격려의 의미가 포함된 것이긴 하지만 ‘그만 하면 잘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한국대표팀이 못했다는 말을 하려는 게 아니다. 정확하게 현실을 파악하자는 말이다.

한국의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파악해야만 대책과 대비가 정확하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난 2승1패라는 성적에 스스로 속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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