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오픈] 그로장, 최강 애거시 제압 4강행

중앙일보

입력

홈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등에 업은 세바스티앙 그로장(프랑스)이 앤드리 애거시(미국)를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1천만달러) 4강행 막차를 탔다.

10번 시드인 그로장은 7일 새벽(이하 한국시간) 프랑스 롤랑가로에서 열린 대회 남자 단식 마지막 8강전에서 호주오픈에 이어 메이저대회 2연속 우승을 노리던 3번시드 애거시를 3-1(1-6 6-1 6-1 6-3)로 따돌렸다.

프랑스오픈에 4차례 출전해 고작 32강에 2차례 오르는데 그쳤던 그로장은 5번째 출전에서 대어를 낚으며 우승까지 넘보게 됐다.

그로장은 올시즌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는 평가를 듣고 있는 애거시에게 1세트를 1-6으로 힘없이 내줬지만 애거시를 응원하기 위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이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를 받으며 경기장에 들어서자 오히려 힘을 내기 시작했다.

2세트 들어 서비스가 위력을 발하기 시작한 그로장은 게임스코어 2-0으로 앞서며 분위기를 바꿔 놓더니 24분만에 6-1로 1세트의 대패를 되갚았다.

그로장은 3세트에서도 상승세를 이어 나가 허를 찌르는 로브(공중볼)로 첫 게임을 따낸 데 이어 전광석화같은 서비스에이스로 두번째 게임을 마무리짓는 등 내리 4게임을 따내며 일방적으로 애거시를 몰아붙였다.

화가 난듯 인상을 잔뜩 찌푸린 애거시는 5번째 게임을 겨우 따냈지만 6번째 게임을 내줘 게임스코어 1-5로 몰렸고 결국 더블폴트로 3세트 역시 1-6으로 대패, 세트스코어 1-2로 몰렸다.

4세트 들어 심기일전한 애거시는 2-0까지 앞서 나갔지만 세번째 게임에서 어이없이 역전을 내줘 분위기를 바꾸는데 실패했다.

그로장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2게임을 연속 따내 게임스코어 2-2를 만들었고 5번째 게임을 멋진 포어핸드 발리로 이겨 3-2로 앞서기 시작했다.

이후 1게임씩을 애거시와 주고 받아 4-3을 만든 뒤 2게임을 내리 이겨 애거시의 승리를 바라던 클린턴을 실망시켰다.

통렬한 서비스에이스로 경기를 마무리한 그로장은 "기막히게 멋진 순간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일어났고 코트를 떠나기기 싫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애거시는 경기 후 클린턴이 온 것도 몰랐다고 말했고 그로장은 "클린턴이 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가 온 뒤 오히려 경기가 잘 풀렸다"고 말했다.

그로장은 이날 복병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3-0(7-5 6-4 7-5)으로 완파하고 98년 이후 2번째로 4강에 오른 알렉스 코레차(스페인)와 결승 진출을 다툰다.

13번 시드인 코레차는 재능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10대 소년 페더러와 매 세트접전을 펼쳤지만 노련한 경기운영으로 마무리를 잘 해내 완승을 거뒀다.

한편 "애거시를 좋아한다. 그는 내 친구다"라고 말한 클린턴은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을 만나기 위해 지난 1월 퇴임 이후 처음 파리를 방문했다.(파리 AP=연합뉴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