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가빚 가구당 2,000만원 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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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위기 이후 농가 소득은 제자리 걸음인 반면 농가 부채는 거듭된 경감 대책에도 불구하고 계속 불어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1년 동안 전국의 농가 3천1백40가구를 대상으로 실시해 7일 발표한 2000년 농가 경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가구당 농가 부채는 2천20만7천원으로 1년 사이 9% 증가했다. 가구당 농가 부채가 2천만원을 넘어선 것은 통계청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농가 부채가 급증한 것은 최근 소득이 다소 늘고 있지만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영농 및 가계 자금으로 빚을 더 끌어쓴 데다 상환 연기 조치로 부채 상환이 줄었기 때문이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다섯 차례 농가 부채 경감 대책이 나왔지만 빚은 그대로 놓아둔 채 이자를 줄여 주거나 빚을 갚는 시기를 늦춤으로써 빚은 그대로인데 새로 빚을 얻어 쓰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가구당 농가 소득은 2천3백7만2천원으로 1999년에 비해 3.4%(74만9천원) 늘었지만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했다.

쌀값과 축산물 가격 상승으로 농가 소득이 늘었지만 소득에서 세금과 각종 부담금.생활비 등을 뺀 순수한 농가 잉여금은 오히려 1년 전보다 5.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홍병기 기자 klaat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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