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FBI·해병대 리비아에 급파 … 테러 주체 추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9·11 테러 11주년을 맞아 발생한 리비아 주재 미국 영사관 피습 사건이 미국을 뒤흔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국민이 공격받은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문제는 공격 주체가 아직까지 불분명하다는 점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이 성명에서 “무장단체(militant groups)”라는 표현을 쓸 만큼 미 정부의 공식 입장은 아직 신중하다. 하지만 익명을 요구한 미 정부 당국자들은 “이번 사건이 철저히 사전에 기획됐다는 징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 연장선에서 가까이는 무아마르 카다피 추종 세력, 멀리는 과격 이슬람 테러단체로 9·11을 일으킨 알카에다 등을 공격 주체로 지목하고 있다.

 워싱턴 주재 리비아 대사인 알리 오잘리는 “리비아 정부가 카다피 추종 세력들이 이번 사건에 연루됐는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며 “그들에겐 아직 돈도 있고, 무기도 있다”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당국자는 알카에다를 지지하는 과격 무장단체인 안사르 알샤리아의 연계 여부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리비아 동부 시레나이카에서 활동하는 이 단체는 여러 번의 테러 전력이 있으며, 지난해 리비아 동부지역에 이슬람주의 국가 수립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반면 미 연방수사국(FBI)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마이크 로저스 미 하원 정보위원장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에는 알카에다 방식이 갖는 모든 특징이 있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행정부의 한 고위 당국자도 “이슬람교를 모독한 영화에 반대하는 비난 시위가 일어나자 그 기회를 이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FBI는 사건 발생 직후 리비아 현지에 조사팀을 급파했다. 하지만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조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추가 테러가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 공관에 경계 강화를 지시했다. 미 해군은 리비아 인근 해상에 순항 미사일을 탑재한 구축함 1대를 배치했으며 1대를 추가 배치할 예정이다. 또 트리폴리에 있는 미 대사관을 보호하기 위해 50여 명의 대테러 해병대팀을 배치했다.

 대선을 8주일 남겨놓은 미 정치권에선 날 선 공방도 벌어졌다. 공화당의 밋 롬니 후보는 11, 12일 이틀 연속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는 “이 정부의 외교정책은 뭐가 뭔지 모를 만큼 혼선된 메시지를 주고 있다”며 오바마 대통령의 중동정책을 꼬집었다. 특히 리비아 영사관이 공격받는 동안 이집트 주재 미국대사관이 영화 ‘무슬림의 무지’와 관련해 사과성명을 냈다며 오바마 대통령을 거세게 비판했다. 하지만 이 성명이 영사관 피습 사건 전에 이집트 거리 시위자들을 상대로 발표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바람에 역풍을 맞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롬니)는 항상 먼저 쏘고 나서 나중에 조준한다”며 “어떤 말을 하려면 사실에 근거하는지 확인부터 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