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통사 회장 루치아노 베네통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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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통 그룹의 설립자이자 회장인 루치아노 베네통(66)은 산업으로서 패션을 뒷받침하는 생산과 물류 시스템이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본사에서 만난 그는 나이보다 훨씬 정력적인 모습으로 캐주얼 왕국 베네통의 노하우를 설명했다.

- 베네통의 제품이 특별히 색을 강조하는 이유는.
"젊은 세대에게 자기 취향에 맞는 색을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것이 우리의 마케팅 포인트였다. 우리는 이탈리아 각 지방에서 사라지고 있는 염료와 색 감각을 복원해 이를 제품에 응용하는 노력을 많이 해왔다. "

- 시장의 요구는 어떻게 읽어내는가.
"패션산업은 하루만 세상에 뒤처지면 만회할 수 없기 때문에 흐름을 놓치지 않으려 늘 애쓰고 있다. 특히 세계화한 시장에서 절대적으로 중요한 것은 국제적 감각이다. 생산은 어디서든 할 수 있지만 제품 배분이나 판매는 아무나 할 수 없다. "

- 섬유 및 의복시장이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지적이 많은데.
"그 얘기는 이미 1960년대부터 나왔다. 그래도 사람들은 계속 옷을 입는다. 베네통은 젊은이들의 표현 욕구를 읽고 이들이 부담없이 구입할 수 있는 중저가 전략으로 하이패션 업체를 압도했다. 시장의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

- 섬유산업에서 중국을 포함한 후발국들의 추격이 치열한데.
"이탈리아를 따라잡기엔 아직 품질면에서 떨어진다. 일본의 예에서 알 수 있듯 패션 발전을 위해서는 기술 발전이 뒷받침돼야 한다. 중국은 이 점에서 아직 선진국과 거리가 있다. "

- 한국시장을 어떻게 보나.
"한국은 아주 중요한 시장이다. 경제위기가 지난 후 두자릿수의 판매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최근 우리가 새로운 판매전략으로 채택하고 있는 메가스토어를 한국에서도 열기 위해 시장조사와 함께 부지를 물색하고 있다. "

- 한국 의류산업에 대해 조언한다면.
"한국 제품을 일단 세계시장에 많이 알려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브랜드를 가지고 수출을 강화해야 한다. 해외시장에 활발히 진출해 우선 세계 유행의 흐름과 정보에서 처지지 않아야 중국 등 후발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다. 또 패션은 결국 기술의 뒷받침을 필요로 하는 만큼 기술 개발에 힘써야 한다. "

1955년 누이동생 줄리아나가 만든 스웨터를 팔러 다니면서 옷과 인연을 맺은 베네통 회장은 10년 후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를 만들면서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자사광고에 나체로 출연하기도 하는 등 '튀는 행동' 으로 유명한 그는 잦은 여행을 통해 창의력을 유지한다고 한다. 92~94년 이탈리아 상원의원을 지내기도 했다.

인터뷰=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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