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내 중도 모임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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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내 양대 계파인 김근태계와 정동영계를 견제할 새로운 당내 중도 세력이 뜰 전망이다. 임채정(사진(左)) 전 당의장, 김덕규 국회 부의장, 원혜영(사진(中)) 정책위의장, 유인태(사진(右)).배기선.김부겸.임종석.민병두.우상호 의원 등은 지난달 중순에 이어 지난주 두 차례 모임을 열었다. 이들은 "현재 당의 구심점이 없고 안정감도 없다"며 "균형잡힌 공동의 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고 한 참석자가 17일 전했다. 그는 "4.30 재.보선 완패 등으로 인해 당이 어려운 상황에서 10월 재.보선을 앞두고도 양대 계파 간 갈등으로 시간을 보낼 경우 당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며 "그 폐해가 지난 전당대회에서 극명하게 나타난 만큼 당의 중심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모임에선 명계남씨가 이끄는 국민참여연대(국참연), 유시민 상임중앙위원이 이끄는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 등에 의해 당이 좌지우지되는 상황에 대해 큰 우려를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참석자는 "현재 중요한 것은 정동영계든 김근태계든 어느 한쪽이 세력을 확장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힘을 모아 당 지지도를 높이는 문제를 놓고 함께 고민해야 한다"며 "당이 계파 경쟁에 휩쓸리지 않아야 조기 레임덕도 막고 다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중도 성향인 의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모임이 형성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 모임에 참가하고 있는 한 의원 측 관계자는 "뜻이 있는 의원들을 모아 중도 세력이 결집하는 공론의 장을 마련할 것"이라며 "최대 80~90명의 의원이 뜻을 같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모임이 결성돼 많은 의원이 참여하더라도 이를 통해 세 과시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며 지금과 같은 양대 계파 체제의 문제점을 보완하는 데 중점을 두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모임에는 중도.보수 성향의 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들의 모임(안개모), 청와대.관료 출신들이 주축을 이룬 일토삼목회 등의 참여가 유력하다. 일토삼목회는 청와대 정무수석 출신의 유인태 의원이 주도하고 있고, 안개모는 국방위원장인 유재건 의원이 회장으로 있다. 여기에 김근태.정동영계로 분류되는 중도 성향의 일부 의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안개모 소속의 안영근 의원은 "계파 간 갈등이 지속되는 상황에선 당 지지도가 상승하기 어렵다는 데 공감한다"고 말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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