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 한국, 이기고도 탈락

중앙일보

입력

경기장에서 쓰러질 각오를 하고 사력을 다해 뛰었다. 리베로 홍명보는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볐고 골키퍼 이운재는 머리가 찢어지는 부상 속에서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야속한 골문은 두들겨도 열리지 않았다.

한국이 2001컨페더레이션스컵 축구대회에서 2승을 거두고도 프랑스전 대패로 4강 티켓을 놓치고 말았다.

한국은 3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회 A조 예선 최종 전에서 `황새' 황선홍이 전반 25분 절묘한 로빙 슛으로 결승골을 뽑아 호주를 1-0으로 꺾었다.

그러나 한국은 멕시코를 4-0으로 꺾은 프랑스, 호주와 나란히 2승1패로 승점 6이 됐지만 골 득실에서 뒤져 3위에 머물러 준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2승의‘여유’호주 팀과 1승 1패의‘절박’한국팀은 전혀 다른 심정 속에서 그라운드에 나섰다. 붉은 악마의 열띤 함성과 만원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 속에 한국팀은 경기 초반부터 호주를 거세게 몰아 부쳤다.

같은 시간 울산에서 멕시코가 프랑스와 비기기를 간절히 바라는 요행도 바랬다.

수비 망이 채 짜여지기도 전인 경기 시작 4분만에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브렛 에머튼에게 완벽한 슈팅찬스를 허용했지만 골대를 살짝 빗겨가 가슴 철렁한 순간을 넘긴 한국은 이후 미드필드를 장악하면서 상대를 압박했다.

김도훈과 설기현, 황선홍이 `3톱'을 형성하며 공격적인 전형으로 맞서던 한국은 전반 25분 기분 좋은 선제 골을 뽑았다.

박지성이 중앙에서 문전 쪽으로 길게 패스해준 볼을 황선홍이 오른발로 골키퍼 키를 살짝 넘기며 선취득점에 성공하며 1-0으로 앞서 나갔다. 그리고 기세가 오른 한국은 호주를 거세게 몰아 부쳤다.

그러나 그걸로 한국은 끝이었다. 한국팀의 영원한 숙제인 '골 결정력 부족'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었고 키가 크고 체력이 뛰어난 호주 선수들은 노련하게 파울로 한국팀의 흐름을 끊고 간간히 위협적인 역습으로 한국을 당황케 했다.

후반 들어 체력이 떨어진 김도훈을 최용수로 교체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려 했으나 잦은 패스미스와 체력 저하로 오히려 호주에게 끌려 다녔다. 후반 11분 최성용이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강한 왼발 슛을 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최용수의 결정적인 헤딩슛이 골키퍼 가슴에 안기며 아쉬움을 더했다.

호주는 한국에게 첫 골을 내준 후 수비위주로 경기를 펼칠 것 이란 예상을 깨고 공격으로 맞대응, 가뜩이나 다급해진 한국팀에 실수를 유발시켰다.

후반 40분 제인이 무릎으로 골키퍼 이운재를 가격, 2번의 경고로 퇴장 당해 수적인 우세를 보였지만 시간도, 체력도, 기량도 역부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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