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페드컵] 카메룬의 `이유있는 부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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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룬이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가장 먼저 예선 탈락해 아프리카축구의 자존심을 구겼다.

브라질전에 이어 2일 밤 개최국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0-2로 굴복, `불굴의 사자(Indomitable Linons)'란 닉네임이 무색해졌다.

더구나 컨페드컵 개막 직전 한국과의 평가전을 포함, 3경기 연속 무득점의 빈공에 허덕였다.

카메룬은 아프리카를 80년대 세계축구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끌어올린 검은대륙의 지배자다.

'90이탈리아월드컵 개막전에서 디에고 마라도나가 버틴 아르헨티나를 꺾으며 8강에 진출, 세계를 놀라게 했던 카메룬은 지난해에는 아프리카네이션스컵에 이어 시드니올림픽을 제패하며 최근 `20세기 아프리카의 대표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2년 연속 아프리카 MVP인 패트릭 음보마(파르마)까지 건재한 카메룬이 컨페드컵 우승후보란 말이 무색하게 맥없이 무너진 것은 시차적응 등 여러가지 요인이 거론되고 있지만 무엇보다 예전같지 않은 조직력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선수 대부분이 스페인, 잉글랜드 등 유럽 빅리그에서 주전으로 뛸 만큼 개인기가 뛰어나지만 이를 한데 묶어 실전에 풀어내는 유기적인 팀워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선수들이 A매치 때에만 손발을 맞출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조직력 대신 개인기에만 의존하는 기형적인 구조를 낳았다는 것. 최근 월드컵축구 예선을 포함한 3경기에서도 은지탑(레알 마드리드), 에타메 마이어(아스날) 등 20대 초반의 `신세대' 미드필더들과 최전방 스트라이커 음보마간호흡이 번번이 끊기는 등 콤비플레이 난조로 골결정력에 구멍이 뚫렸다는 데에서 카메룬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여기에 최근에 전격 단행된 코칭스태프 교체 등 협회의 난맥상도 대표팀의 슬럼프를 부채질했다.

'98프랑스월드컵에서 협회장이 티켓을 빼돌려 한때 축구계의 `왕따'를 당했던카메룬축구협회는 지난달 초 월드컵 최종예선 앙골라전에서 처음 패배한 책임을 물어 `올림픽 영웅' 장 폴 아코노 감독을 해임하는 등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해 선수들의 불만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메룬의 예선 탈락은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진리를 새삼 일깨워주고 있는 셈이다. (서울=연합뉴스) 김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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