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사업 예산 집중편성 바람직"

중앙일보

입력

대형 국책사업에서 예산이 낭비되는 것을 막으려면 예산을 집중 편성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컨대 9개 사업을 9년 동안 지속하는 것보다는 3년마다 3개 사업씩 집중 투자하는 쪽이 관리비가 절감된다는 것이다. 중앙일보가 전문가 93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87명(92.2%)이 이같은 예산의 집중 편성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분산 투자에 따른 경제적 손실은 총사업비의 15~20%선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인천대 옥동석(무역학)교수는 "1985년부터 10년간 건설교통부가 발주한 2백16개 공공사업(41조9천억원)을 집중 예산 방식으로 재편성한 결과 분산 투자에 따른 손실액이 6조5천억원에 달했다" 고 말했다.

대부분의 공공사업이 용지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착공된 탓에 보상이 늦어지면 공사기간이 연장되고 사업비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는 것이다.

국책사업에 들어가는 돈이 1년 단위로 배분되는 것도 개선해야 할 점으로 지적된다. 미국 등 선진국은 당해 연도의 지출 금액에 한정하지 않고 사업목적 달성에 필요한 총사업비 개념으로 공사를 관리한다.

우리에게도 계속사업비 제도가 있지만 예외적으로만 인정된다. 올해 1백1조원의 예산 중 계속사업비는 2조7천억원에 지나지 않는다.

선진적 예산운용 방식을 도입하기 꺼리는 이유로는 사업비를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점을 들고 있다. 그러나 10년 이상 걸리는 대형 국책사업의 예산을 1년 단위로 짜다 보면 상황논리에 휘둘려 해마다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국토개발연구원 김정호 부원장은 "예산이 정치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설계가 끝났는데도 3~4년이 지나서야 착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와 함께 사업의 진행단계에서 객관적인 사업평가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주문했다.

사업을 해가면서 일정시기마다 재평가하는 시간평가제도(Time Assessment)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제도를 도입하면 예컨대 ▶준비 계획단계에서 5년 이상 경과된 사업▶사업을 채택한 지 5년이 지난 뒤에도 착공하지 않은 사업▶사업착공 후 10년이 경과된 사업 등은 공사를 중지한다는 등의 원칙을 세우기가 쉽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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