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경기대책 "못찾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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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이 석달 연속, 기업의 설비투자가 여섯달째 감소하는 등 경제 상황이 심상치 않은데도 이달 말 하반기 경제운용계획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한 정부는 쓸 만한 정책이 없어 고심하고 있다.

미국처럼 금리를 내리거나 추가경정예산을 짜 돈을 푸는 방법을 생각할 수 있다. 원화가치를 낮춰(환율은 상승) 수출에 도움을 주거나 세금을 깎아 소비를 늘리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재정경제부 박병원 경제정책국장은 "금리를 낮출 경우 저금리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연금소득자와 퇴직자가 더욱 힘들어지고 물가에 부담을 준다" 면서 "그렇다고 2003년 균형재정 달성을 선언한 마당에 봉급생활자와 기업의 세금을 대폭 깎아주기도 어렵다" 고 털어놓았다.

朴국장은 "가장 가능성이 있는 것은 역시 추경예산(5조원 규모 예상)을 편성해 돈을 푸는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전문가들은 추경은 이미 들어갈 곳이 정해져 있어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은 내년 총선과 맞물려 경기과열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정문건 전무는 "추경을 짜더라도 쓸 곳이 정해져 있어 효과가 별로 없을 것" 이라며 "하반기 경제가 살아나려면 정보기술(IT)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주식시장이 살아나야 하고 이를 위해선 금리인하 외에는 다른 정책 수단이 없다" 고 주장했다.

그는 "금리를 낮추면 물가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하는데 소비자물가가 4%대로 올라도 큰 문제는 없다" 며 주식시장이 살아나면 투자자의 소비도 함께 늘어 내수로 인한 경기부양 효과가 클 것" 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경제연구원 허찬국 거시경제센터소장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은 내년에 경기과열로 이어질 수 있다" 며 "무슨 정책을 내놓기보다 경기 동향을 지켜보면서 기업규제 완화나 세제 지원 등 기업의 투자의욕을 복돋울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 주장했다.

기업의 구조조정은 계속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UBS워버그증권 이승훈 이사는 "국내외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드는 현대 계열사 처리와 대우차 매각 문제를 속히 해결해야 한다" 면서 "하이닉스반도체의 회생에 대한 확신을 주는 것도 필요하다" 고 말했다.

송상훈.홍병기 기자mod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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