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하락 덕 못보는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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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가 떨어지는 데도 증시가 맥을 못 추고 있다. 채권금리가 떨어지면 보다 높은 수익률을 쫓아 돈이 증시로 몰려야 하는데 시중 자금은 오히려 주식시장을 외면하고 있다.

지난 1일 채권시장에서 국고채(3년만기) 유통수익률은 전날보다 0.02% 포인트 떨어진 6.15%를 기록했다. 4월말 6.93%에서 한달 만에 0.78% 포인트나 하락해 5%대 재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러나 종합지수는 지난달 29일 연중최고치를 뚫었다가 3일 연속 하락해 600선에 걸쳐있다. 고객예탁금도 지난 주 5천억원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9조원대가 붕괴했다. 금리가 떨어지는 데도 거꾸로 증시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경기회복이 지연될 조짐을 보이고 기업구조조정이 궤도에 오르지 못해 주식시장이 금리 하락의 과실을 따먹지 못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금리 하락에 따른 유동성 장세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리 하락의 대표적인 수혜주인 은행.증권주 등은 금리가 떨어지자 주가도 덩달아 하락하는 추세다. 동양투신운용의 남경기 본부장은 "경기 회복에 대한 실망감과 미국 증시가 불투명해지면서 자금이 증시에서 이탈해 채권시장으로 몰리면서 금리가 떨어지고 있다" 면서 "금리 하락이 투자자들의 심리를 냉각시켜 오히려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채권시장과 증시가 따로 굴러가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굿모닝증권은 3일자 보고서에서 "금리는 가을까지 박스권 등락을 하다가 연말께 회사채 만기 물량이 몰리면서 상승할 전망"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증권업계는 "수출이 줄고 있지만 경상수지 흑자가 꾸준해 환율이 급락할 가능성이 낮은 데다 기관투자가들도 위험 자산인 주식보다 안정적인 채권 쪽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며 "회사채 신속인수제도가 버팀목이 돼 채권시장은 안정세를 이어갈 것" 이라고 내다봤다.

따라서 금리 하락이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채권.주식의 대체재 관계' 가 회복되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굿모닝 투신운용의 강신우 상무는 "무엇보다 경기회복이 경제지표로 확인되고 한계 기업의 부도 가능성이 낮아져야 한다" 고 지적했다.

강상무는 "요즘에는 채권거래도 안정적인 국고채에 집중될 뿐 신용등급 BBB- 이하의 회사채는 외면당하고 있다" 면서 "투자자들의 심리가 안정돼야 고(高)수익을 쫓아 한계기업 회사채나 증시로 자금이동을 기대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angelh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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